시드니 2일 차, 블루마운틴 (Blue Mountains) 투어
호주 여행 3일 차다.
아침 최저 기온 18도, 낮 최고 기온 24도.
어제는 비가 오더니, 오늘은 쾌청한 전형적인 가을 날씨다.
오늘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호주의 블루마운틴 (Blue Mountain) 투어를 하는 날이다.
오전 9시, 센트럴 역 (Central Station)에서 블루마운틴으로 가는, 마운트 빅토리아 (Mt. Victoria)행 기차에 탑승했다.
철로 주변 풍경이라 그런지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우리나라 소도시나 시골 같은 분위기가 펼쳐지는데, 유럽의 잘 정돈된 시골 마을이나 정겨운 자그마한 한국 시골 같은 느낌은 들지 않고, 차라리 투박한 미국 시골 마을 같은 분위기가 난다.
창 너머로, 하얀 새 무리들이 나무 위에 군락을 이루어 앉아 있다. 어제 버스 정류장 옆에서 본 광경과 유사하다. 넓은 대지와 자연환경이 동물들의 빠른 번식에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 같다. 사냥용으로 토끼 12마리를 유입했다가, 3억 마리로 개체수가 늘어나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호주다.
센트럴 역에서 기차로 2시간을 달려 카툼바 (Katoomba) 역에 도착했다.
686 버스로 환승한 뒤, 10분을 더 가니, 블루마운틴의 에코포인트 (Echo Point)가 나온다.
세계적인 국립공원인 블루마운틴은, 미국의 그랜드캐년처럼 위쪽은 넓은 고원지대를 이루고, 수백 미터 아래로 협곡이 형성돼 있다.
해발 1,189미터 높이의 산맥을 뒤덮은 광활한 유칼립투스 숲에서 뿜어지는 작은 유액들이 수증기와 섞여 햇빛에 반사되면서 푸른 안개를 만들어내는 현상 때문에 블루마운틴이란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계곡 바닥에서부터 500m 높이의 에코포인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현재의 블루마운틴 계곡 모습은 6백만 년 전 모습과 거의 대동소이하다고 하니 경이롭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왼쪽 편에 전설 속의 세 자매 봉 바위 (Three Sisters)가 우뚝 솟아있는데, 절벽 아래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울창한 수목, 기암협곡들과 폭포를 품고 있는 장엄한 대자연은 장관이다.
우리 부부는, 우선 에코 포인트에서 잘 알려진 세 자매 봉 바위를 포함한 광활한 대자연을 눈에 가득 담고, 눈으로만 보기 아쉬운 장면들을 몇 장 사진으로 남긴다.
그리고, 에코포인트 전망대를 출발하여 조금 아래로 내려가 Prince Henry Cliff Walk를 걸어 보았다.
야생화가 만발한 숲 속에서 품어져 나오는 시원하고 청량한 공기를 듬뿍 맡으며, 힘들지 않은 긴 오솔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시닉 월드 (Scenic world)가 나온다.
우리는 시닉 월드 무제한 디스커버리 패스 (Unlimited Discovery Pass)를 구매했다.
이 한 장의 티켓으로, 시닉 스카이 웨이 (Scenic sky way), 레일 웨이 (Rail way), 와크 웨이 (Walk way)와 케이블 웨이 (Cable way)를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다.
경사도 52도로 206m를 내려가는 레일 웨이는 스릴 만점이고, 금광이 있었던 와크 웨이는 시원한 냉기마저 느끼게 하는데, 트레킹 도중 눈앞에 펼쳐진 카툼바 폭포는 멋지게 떨어진다.
걷다가, 대기줄에 서서 기다리다가, 기구들을 타다 보니,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라는 노래가사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육신이 잘 움직이지 못하면 관광지에서 빨리 움직일 수 없는 건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다리가 떨리기 전, 가슴이 떨릴 때 떠나라는 말도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도 관광을 마친 뒤, 시닉 월드 휴게소에서, 블루베리 머핀, 햄 & 치즈 크루아상과 커피로 늦은 점심을 즐긴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온 일본 젊은 청년과 아가씨가 우리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우리가 아닌 척해도, 나이가 좀 들어 보이나 보다. 씁쓸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일본인들과 동행하던 일행 중 한 한국학생이 우리를 부모님 대하듯 무척 반긴다.
저녁 5시 40분이 되니 해가 완전히 지고 주위가 캄캄해진다.
모처럼 따뜻한 국물 생각에, 호텔 인근에 위치한 "본가"에서 꽃등심, 김치찌개, 소주를 시켜 느긋한 한국식 저녁을 즐겨 본다. 지금 바로 이순간 행복감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