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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송 May 06. 2024

호주 여행 7일 차 (2024년 4월 25일, 목)

#멜번 #Anzac추모일 #Yarra강변 #빅토리아국립미술관 #주립도서관

호주 여행 7일 차다. 


멜번 시내 투어에 나선다. 35번 무료 트램을 이용해서 시내 투어를 하기로 했다.

멜번 도시 중심부에서 운행되는 ‘35번 시티서클 트램 (City Circle Tram)’은 무료 트램이다. 


우리나라 서울의 2호선 순환선처럼, 시내 무료 구간을 순환한다.

이 무료 트램은 멜번의 웬만한 명소들은 모두 순환하기 때문에 아주 편리하다.

35번 트램이 아니더라도 시티 서클 안에서는 일반 트램도 요금은 무료다. 단, 트램이 유료 구간에 진입하면 마이키 카드 (멜번 교통 카드)를 찍어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멜번 관광 기간 내내, 우리는 이 무료 트램 덕분에, 마이키 카드를 구매하지 않고도, 멜번 시내에서 유명 관광지 투어를 편하게 모두 마칠 수 있었다.


첫 방문지는 세인트 폴 대성당으로 정하고, 무료 트램을 타고 가려는데, 교통통제가 되어서 걸어가야 한다고 한다.


세인트 폴 대성당에 도착하니 대성당과, 바로 맞은편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Flinders street station) 주변에 예비역 군인들과 가족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이 악대들과 함께 포진되어 있었다. 

여기저기에 ‘안작데이’ 이벤트 (Anzac day Event)라는 플래카드와 포스터도 보인다.

오늘은, 우리나라의 현충일과 유사한 날인, 안작데이 추모 공휴일이었던 것이다.

Anzac은 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의 약자라고 한다.


안작 데이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튀르키예 (Turkiye, 구 터키, 당시 오스만튀르크)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기 위한 갈리폴리 (Gallipoli) 상륙작전에서 희생된 1만 5천여 명의 호주, 뉴질랜드 연합군을 기리는 날이다. 매년 4월 25일 행사가 전국에서 진행된다.

현재는 제2차 세계대전,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를 기리는 것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고 한다.


Saint Paul 성당에서 시작된 퍼레이드가, Anzac Avenue에 있는 전쟁기념관 (Shrine of Remembrance)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 분위기가 너무 진지하고 감동적이어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전체 퍼레이드에 동참하고 있었다.


나는, 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온 여행에서, 지나치게 한 특정 행사에 너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했으나, 우리가 꼭 가야 하는 곳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이 자유여행 아닌가? 우리가 순간적으로 의미를 느낀 시간과 공간 속에 있다면 그 여행은 나름대로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이리라.


나라를 위해, 전쟁에 참전했다 희생당한 군인들과 유족들에게, 도열한 시민들은 찬사와 존경을 표했다. 직접 구두로 감사를 표하는 사람들도 많고, 행진 행렬에 진심이 묻어나는 박수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훈장을 가슴에 단 참전 노병들도 자부심이 묻어나는 얼굴들이었다. 


이들은 나라가 원하면 지금도 언제든지 달려갈 것만 같은 얼굴이다. 행사에 참여한 수많은 학생들과 시민들도 애국심을 자연스레 배우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전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사라는 느낌이 물씬 묻어났다. 남의 나라에서 우연히 경험한 감동적인 행사였다.

전쟁기념관 앞에서는 행사에 참석한 모든 시민들이 모여 마지막 공식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시내 방향에서 야라 (Yarra) 강을 가로지르는 Princess bridge를 건너, 카페 거리인 사우스뱅크 (Southbank)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남반구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NGV)를 방문했다. 


1861년에 설립된, 이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은 호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크고, 가장 방문객 수가 많은 미술관으로, 세계 각국의 7만여 점이 넘는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 미술관은, 예술 작품이 개인이 아닌 대중의 소유라는 신념으로 특별전을 제외하고는, 멜버른 시민들은 물론 여행객까지 모두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이날은, 다른 전시회 준비로 인해, 모네를 포함한 일부 유명 작품들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미술관 밖에는 단풍과 함께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오늘 하루, 너무 많이 걸어 다리가 무척 무거웠지만, 힘을 내어 트램을 타고,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State Library Victoria)을 찾았다.


호주 최초의 공립도서관인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은,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 하는 외관과 큰 규모의 유리돔 천장, 순백색으로 꾸며진 내부 인테리어를 구경하기 위해 관광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다. 도서관 상부에서 내려다본 라트로브 리딩룸 (La Trobe Reading Room) 8 각형 열람실은 아름다운 조명들로 인해 화룡점정이었다. 한마디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지 않나 생각한다.


시립 도서관 밖으로 나오니, 대학생들이 중심이 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진행되고 있었다. 

며칠 전 시드니 대학에서도 유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세계 시민들을 위한 보편적인 자유와 인권에 대한 관심 속에, 이스라엘의 대 팔레스타인 인종 말살에 항의하는 호주 대학교 학생들에게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열렬한 지지와 성원을 보내면서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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