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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외침

세이스강 자작시

by 세이스강 이윤재

마지막 외침 / 세이스강(이윤재)

그녀는

문득 바람이 되었다

무너진 시간의 골목에서

기억은 아직 낡은 옷처럼 걸려 있었지


말하지 못한 말들이

종일 목울대에서 눈물로 굳고

사라진 이의 이름은

칼날처럼 속삭였다

신고하면 죽는다는 말, 말, 말

그 말이 먼저 죽어야 했는데


한때 그녀의 입은

창밖에 내리는 빗방울처럼 맑았지만

세상은

왜 이제야?

질문으로만 그녀를 쳐다보았네


상처는

피가 아니라 시간으로 멍이 드는 것

위력은

직함보다 무겁고

침묵은 종종 가장 거센 소리였으니까


그녀는 용기가 아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진실을 품은 채

불신의 강을 건넌 자

그 목소리는 꽃잎 같고

그 눈빛은 칼집 없는 칼 같았지


세상은 가해자의 죽음으로

이야기를 접으려 했지만

그녀의 고백은

접히지 않는 편지였고

찢어지지 않는 울림이었네


나는 이제 안다

가장 늦은 고백이

가장 오래된 진실임을

그녀의 말은 바람이 아니라

돌처럼 단단했고

울음이 아니라

불씨였다는 것을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그 외침을 잊지 않는 일

더는 늦지 않도록

다음 외침이

다시 침묵에 묻히지 않도록


어느 날

그녀의 목소리가

새벽 안개를 걷어내듯

우리 모두의 귀에 닿을 때까지

우리는 끝나지 않은

진실을 살아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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