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을 쓰는 이유 ( 죽음의 문턱에서 얻은 삶의 소중함 )
대부분 죽음을 떠올리면 누구나 죽음이라는 걸 맞이할 날이 오겠지만 그다지 와닿지는 않을 사람들이 대다수 일거다.
때는 2023년 12월 27일.
첫째 아이가 갑자기 안방 침대에서 놀다가 다쳐서 아파하는데, 그때의 나는 출산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고 신랑과 월말 부부였다.
홀로 세 아이를 돌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첫째 아이는 병원에 가야 하니, 둘째 아이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신랑 동기 가족에게 부탁을 했다.
셋째 갓난아기와 다친 첫째 아이를 데리고 서울 A병원에 응급실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늦은 새벽.
운전을 해서 두 아이를 데리고 강원도 영월로 가고 있던 와중에 차가 미끄러지면서 아무래도 블랙아웃이 온 건지 그대로 블랙아이스에 미끌리는 느낌이 나면서 기억이 잠깐 끊겼다가 눈앞에 가드에 심한 충돌이 일어나면서 차가 옆으로 기울어지더니 차가 6바퀴 정도 굴렀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고 떠올리면 눈물이 난다. 인생 처음으로 주마등이 뭔지 드라마에서나 보던 그 죽음을 앞둔 사람의 상태가 나에게 펼쳐졌다. 짧은 시간에 나는 태어나서 그때의 현재까지의 모습이 촤라락 지나가는데..
문득 아 이렇게 내가 죽는 건가?
내 아이들은..?
우리 신랑은..?
이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던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구르고 차는 뒤집혀서 전복되었다.
안전벨트에 거꾸로 매달린 나는 벨트를 풀어서 아래로 떨어졌고, 재빨리 셋째를 먼저 챙겼다.
생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던 핏덩이 신생아.
그리고 첫째를 챙기고 신랑에게 119를 불러달라고 연락했고 그 뒤 상황은..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소방관들과 경찰관들이 오고 나서야 우리 세명은 구조가 될 수 있었다.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다행히도 아이들은 모두 무사했다. 나만 이곳저곳 다치고 아픈 상태였다. 그래도 이만하면 다행이었다.
그렇게 나는 인생을 32년 만에 마감을 할 뻔했다.
그러고 나니, 대체 그동안 무얼 위해 이렇게 살아왔는지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평생 영원히 살 것 같은 하고 싶은 것도 꿈도 많은 아직은 청춘 같은 나의 삶이 이대로 끝이 난다고 했을 때 나는 굉장히 후회스러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결정했다. 다시 태어난 김에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로 그리고 내가 하고 싶고 해보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게 있다면 주저하기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부딪혀보기로 그렇게 다짐하고 결정했다.
살아났다는 이 사실에 하늘에 감사했고, 무엇보다 내 인생에 터닝포인트 같았다. 그동안 삶을 그냥 반복되는 삶이라고 여기고 어차피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보니 하루하루를 밀도 있게 살아내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 책도 쓰게 된 이유다. 내가 죽기 전에는 꼭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쓰고 싶었다. 글 솜씨가 뛰어나진 않지만 나는 간혹 가다 내가 아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친하든 친하지 않든 글을 써보는 게 어떠냐는 권유를 많이 받아보았다.
그때마다 “내 실력가 지곤 택도 없지, 내가 무슨 책이야”라고 나의 솔직한 마음을 외면해 왔다. 그래서 죽다 살아나기도 했고, 어쩌면 그때 그렇게 죽어버렸다면 진짜로 내 이름을 걸고 나올 책도 쓸 수 있는 기회조차 없이 사라져 버리는 거라는 생각에 나는 미약하지만 용기 내서 써보기로 선택한 거다.
때론, 일상이 지루하거나 혹은 너무 힘들거나 불행하다는 생각을 가득 가지게 되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죽지 못해 산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을 것이다.
과거의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다. 살아있다는 거 내가 이 땅에 존재한다는 이 사실이 너무도 행복한 일이다. 곁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눈을 감을 수 있는 것 또한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에 가려져 소중한 것들을 소중하다고 인식하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너무 소중하고 행복할 자격이 있고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우리는 행복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해야 나의 인생을 보다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내 인생의 선택도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작은 것에 기쁨을 느끼고 감사함을 느껴보도록 하자.
그러다 보면 처음엔 그 변화가 잘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도 돌아보면 엄청난 결과들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