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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워킹맘 Jul 18. 2024

Part 4. 대기업 퇴사 선택

이렇게나 빨리 퇴사시기가 올지 몰랐어요.

앞서 글에서 보았듯이 나의 대기업 입사는 생각보다 순조롭거나 너무 쉽지만은 않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퇴사의 결정이 가볍지 않았다.


중국에서 정말 모든 걸 갈아 넣을 만큼 열심히 하다 보니 아무래도 번아웃이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어느덧 퇴사한 지도 곧 10년이 되려고 한다.

꿈과 열정을 가지고 입사하던 신입사원이 진급을 앞둔 시기에 그만두자니 못내 아쉬웠었다.






그 뒤로, 여러 구설에도 오르고 또 회사에서 몇 년이 지나지 않아 희망퇴직으로 나의 옛 동료들도 차츰차츰 떠났다는 소식을 몇 년간 계속 들어왔다.


퇴사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목표한 바를 이루었기에 이제는 더 이상 뭔가 이곳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나에겐 대기업이 돈 때문도 아니었고, 단순하게 집에서 무능력한 딸이 아닌 능력이 있는 딸로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에 입사한 거였다.

그렇기에 입사부터가 이미 그걸 이루었기 때문에 아무런 이제 이유가 사라졌었는데, 내가 또 스스로 다닐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서 다녔던 건 바로 해외에서 파견되어 근무하는 거였다.


중국어를 전공했으니 중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했는데 그걸 이루었으니 말이다.

그간 나의 노력들을 우리 가족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

해외파견 근무로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하면서도 우리 가족들을 위해 5성급 호텔로 먹는 것도 맛있고 비싸고 좋은 것들 위주로 비행기도 국적기 위주들로 해서 북경과 상해를 여행시켜 주었다.


나를 포함은 5인 가족의 전체 경비를 내가 부담한 거다.

운전기사와 렌트를 해서 이곳저곳 가봐야 할 곳을 속성으로 엄청 데리고 다니며 보여주고 경험시켜 주었다.

10년이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아빠는 그때 그 이야기들을 꺼낸다.

아마도 평생 가슴에 깊게 박힌 추억이고 기억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태어나서 처음 비행기 타본 우리 아빠.


가족은 나에게는 좀 애증의 관계이다.

싫으면서도 챙겨야 하는 존재랄까.

잘못된 거 같으면서도 평생 이렇게 자라와서 그런지 쉽사리 잘 바뀌진 않는다.


그렇기에, 퇴사도 사실 좀 아쉬웠다.

왜냐면 우리 집의 자랑거리이자 기둥 같던 나의 퇴사는 크나큰 충격을 안겨주었기 때문이었다.

평생 잘 다닐 줄만 알았겠지만 생각보다 나는 무슨 일이든 나의 의지대로 하는 그런 제멋대로 인생을 사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나의 인생은 남이 살아주는 게 아닌 내가 살아간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할 때에 남들의 조언도 중요하지만 나 스스로가 할 수 있냐 없냐 나에 대한 믿음이 존재하냐 그렇지 않냐가 더 중요하다.

내가 하고자 하는 그 의지와 원동력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해내고야 말겠다는 그 생각은 여전히도 변함없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게 나의 목표와 목적을 다 이룬 이 회사를 뒤로하면서 다들 용기가 없어 미처 퇴사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익숙한 것들을 포기한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사람들은 모두 안락하고 안정감에서 벗어나는 걸 죽도록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언가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그

의지는 타고난 것도 있고 또 본인에게 잠재된 강한 의지를 본인 스스로 깨닫기 시작할 때에 나온다고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나 또한 그 이야기가 참 진실이라고 느낀다.


그렇기에 오늘의 나는 어제의 행동한 나의 결과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오늘보다는 내일 더 잘 살고 싶어 진다면 오늘을 최선을 다해 보내면 된다. 그러면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나아질 거고 또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아지는 과정이 쌓여가기 때문이다.


내가 이곳에서 얻은 건 나도 무언가 큰 일을 해 낼 수 있는 사람이고 생각보다 나 자신이 꽤나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각자 모두가 분명 대단하고 멋진 사람이지만, 때로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해서 스스로를 작게 혹은 보잘것없이 느끼는데 그렇게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인은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의 소중한 20대의 큰 업적.

고마웠다. 이곳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깨달았다.

어리고 미숙했던 사회생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나.


떠나기 쉽지 않았던 그 마음을 뒤로하고 용기를 내었던 그 모습에도 나는 아낌없이 칭찬해주고 싶다.

살면서 용기를 내야 하는 순간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러니, 지금이 바로 또 용기내야하는 순간 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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