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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워킹맘 Aug 01. 2024

Part 6. 엄마가 되기로 선택

엄마는 그냥 되는 게 아니다.

무슨 일이든 어차피 해야 한다면 먼저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임신 출산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어쨌든 될 거라면 그저 빨리 낳아서 기르면 되지라는 생각.

단순히 그렇게만 생각할 문제는 아니라는 걸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결혼하기로 하고 혼인신고 한 이후부터는 아기가 생기면 낳으면 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쉽게 생기는 줄만 알았던 아기는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 생활이 시작되고 나서도 몸이 피로하고 힘이 들었는지 아기는 여전히 생기지 않았고, 몸에 질병이 잔뜩 찾아왔다.


산부인과와 난생처음 태어나서 이때 비뇨기과도 다녀왔었다.

비뇨기과는 남자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비뇨기과도 같이 가보라는 지역병원 얘기 듣고 갔었는데 그냥 병원은 시골을 전전할 게 아니라 서울에 있는 병의원만 가더라도 훨씬 진전이 크다는 사실을 그때 좀 뼈저리게 느꼈었다.


한 달 동안 변화가 없던 나의 병세는 서울에 있는 내가 예전부터 다니던 산부인과에 가자마자 거짓말처럼 싹 나아졌다.

그냥 미리 여기로 와서 진료 한번 보고 올걸 그랬다는 생각이 컸다.


그러고 나서 조심스레 단골 산부인과 원장님께 나의 고민을 털어놨다.

임신을 하려는데 생각보다 아기가 생기질 않는다고

초음파를 보시더니 다 정상적이고 충분히 임신 가능할 거라고 하셨고 배란일이 들어오고 있으니 날짜를 얼추 지정해 주시면서 이때 시도해 보길 권한다고 하셨다.


신랑에게 그때 밑져야 본전이지 시도해 보자고 하자.

흔쾌히 신랑도 수락했고 그렇게 우리는 첫아기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엄마가 된다는 건 임신 10개월 동안 우선 겪어내야 하는 그 과정부터가 시작인 것 같다.

아빠는 아기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이라고 하면, 엄마는 이미 뱃속에 자리 잡는 그 순간부터 시작인 듯했다.

평소 좋아하던 음식도 냄새도 단 한순간에 구역질 나고, 맡기 힘겨울 정도로 괴로워지는 순간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겨우 점 같은 아기집을 보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세상 좋아하는 피자를 신랑과 함께 먹다가 한 조각을 채 다 먹지도 못했는데 곧장 화장실로 후다닥 뛰어가 분수토를 했다.


그 광경을 보고 신랑도 충격받았다.

나의 최애 피자를 먹으면서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나도 그렇지만 신랑도 생각하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임신이 이런 거였나? 이렇게 한순간에 사람의 상태가 달라질 수 있는 거였던 건가?

모든 게 정말 임신 하나에 이렇게 달라진다는 건 첫 아이를 품고 알게 되었다.





7살 차이 남동생. 어린 사촌동생. 그리고 조카들 까지

나는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참 많이 돌봤다.

그래서 아이 케어가 그다지 나에겐 힘들고 어렵다고 느껴보지를 않았다.

그런데 내가 직접 출산을 하고 그 몸으로 시작되는 육아는 이렇게 다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래서 겪어보지 않고는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니다.


엄마는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며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사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해준 것보다는 못해준 걸 더 먼저 떠올렸었고, 왜 부족했던 엄마의 손길만 떠오를까 싶었다.


그건 순전히 자식인 딸의 눈이고 마음이었다.

내가 겪어가는 엄마의 과정은 무엇이든 해줘도 부족한 느낌이고 더 잘해주고 더 많은 걸 해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고 엄마의 마음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


분명 엄마도 인생에 처음 되어본 엄마라 서툴고 어려웠을 것 같다.

20살에 엄마가 된 엄마가 나는 27살에 엄마가 되어서 그때의 엄마 마음을 조금씩 이해해 보기 시작했다.

7살이나 더 많은 나는 엄마의 자리가 감당해 내기가 버겁고 힘들어서 산후우울증도 오고 눈물도 많이 흘리고는 했는데, 20살이었던 엄마는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싶다.





엄마가 된다는 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왜 결혼을 했냐 못했냐에 따라 아기를 낳아봤냐 못 낳아봤냐에 따라 어른이 되었고, 못되었다는 말을 하는지 지금은 이해한다.


그건 아마도 마음의 그릇이 넓어져서 더 많은 걸 품어내고 담을 수 있는 그러한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걸 인정하고 하지 않는 차이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아직 결혼도 안 했고 애도 안 낳았는데 그럼 나는 어른이 아니라는 건가? 하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그만큼 삶에 더욱 깊이 있는 스펙트럼에 대한 경험은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를 겪어낸 사람이라고 본다.


현재의 사람들은 이것저것 상황과 환경 여건들을 고려해서 무엇이든 결정하는 기준점들이 있지만 그 기준점에만 끼워 맞추면 분명 아이를 낳고 키우는 지금 현재시점은 굉장히 어렵고 힘들다.


그렇지만, 그것만 따져낼 게 아닌 게 바로 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이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해준 엄마가 있기에 지금의 나도 존재하는 거고, 지금까지 잘 성장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나도 받은 그것들을 아이들에게 보답해 주면서 살아가며 선순환에 동참하고 있는 듯하다.


집구석에서 육아하는 자신이 초라해질 때도 많지만, 한 아이를 길러내는 일이 꼭 바깥에서 일을 하며 성과를 내는 일과 비교해 봤을 때 결코 의미 없는 일이 아님을 우리 스스로가 인지하고 인식해야 한다.


대한민국 엄마들 모두가 지금은 내 아이를 키워내는 아주 중대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음을 잊지 않길 바라며 하루하루 육아에 지쳐 1일 기쁨 1일 슬픔 1일 분노 1일 자괴감에 빠지지 않길 바라며 육아는 롱런(long Run) 해야 하니 부디 같이 으쌰으쌰 힘을 내길 바라본다.


대한민국 모든 엄마 파이팅!

그리고 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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