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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워킹맘 Jul 25. 2024

Part 5. 군인와이프가 되기로 선택

군인의 아내가 이렇게 외로운 직업인지 몰랐다.

2017년 3월에 만나 누구보다 빠르게 2017년 10월에 혼인신고를 하고 2017년 12월 말에 결혼을 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가 마치 입이라도 맞춘 건지 뱃속에 아이가 있냐고 물었다.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빠르게 결혼을 하는 거냐고 물었다.

뱃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좋은 사람을 만났으니 그냥 빨리 가는 거라고 했다.


그땐 그랬다.

이렇게 대화가 잘 통하고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함께하면 할수록 좋은 사람이 있었던가?


군인에 대해 뭐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그래도 나는 긍정적으로 바라봤던 것 같다.

실상 잘 몰랐기에 결혼을 했던 것 같다.

결혼을 하고 나서야 나의 선택에 후회가 밀려들었다.






일반적인 직업과 별반 다르지 않게 생각했다.

위수지역이니 휴가니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었지만 나는 이 모든 게 지금 좋으니 다 가려질 줄 알았지만 그건 얼마 못 가서 다 벗겨졌다.


사람 하나만 보고 한 결혼이었기에 상황들이 원망스러워지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엄청나게 좋은 집을 원한 건 아니었지만 모텔방 같은 벽지에 곰팡이가 온통 뒤덮은 집을 배정을 받고는 좁아터진 19평.

이걸 받자고 결혼도 전에 혼인신고 미리 하고 집을 기다렸나 싶어서 억울하기도 했다.


바깥에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군인 집주잖아.. “

“이런 집 너는 가지고 싶니?” 하고 묻고 싶다.

이런 집에 들어오고자 혼인신고 남들은 애 생기기 전까지도 안 하는 게 추세인데 그 추세에 따라가지도 못하고 오히려 역행하는 일에 앞장서서 가야 했다.


집 준다는 말 하지 마라.

공짜로 사는 거 아니다.

일부 보증금도 내야 하고 관리비 당연히 다 내야 하고,

만일 사용하다가 훼손이 되면 이사할 때 다 점검해서 변상하고 나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집 준다 공짜인 것처럼 말하지 말라는 거다.


매번 이사할 때마다 쥐꼬리만 한 보상해 주면서 무언가 혜택을 주느냐 하지만 이사 안 하는 게 오히려 돈 버는 거다.


결혼 7년 이사만 5번.

이것도 이사를 두 번을 안 하고 싶어서 뺀 게 5번이다. 강제 주말 및 월말 부부 10개월가량 혼자 셋째 임신하고 출산한 뒤 아이 셋을 키웠다.

출산 때만 잠깐 신랑이 와서 같이 있었고, 그 뒤론 쭉 혼자였다.


이렇듯 군인가족이 된다는 건 스스로 해야 하는 일들이 굉장히 많다는 얘기다.

우울증도 왔었다.

답답한 시골살이가 서울여자인 도시 밖에 살아보지 못한 나에겐 굉장히 큰 충격과 공포였다.


눈이 뜨기 싫어 잠만 15시간 이상 잤던 것 같다.

군인이 좋아 결혼한 게 아니라 내 말을 잘 듣고, 나를 좋아해 주는 신랑이 좋아서 한 결혼이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당직 서느라 집에 안 오고 훈련도 밥 먹듯 하고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운전도 못하고 차도 없고, 친구도 없고 외딴곳에 갇혀 있는 그 느낌을 살면서 받아본 적 있는가? 여기가 바로 나에게는 무인도였다.


지금은 완전히 다르지만, 그때 선택은 정말 후회막심 그 자체였다.

누군가 군인과 결혼을 함에 있어서 고민이라고 한다면 충분히 고민해 보고 결정하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생각만큼 외부 사람들과 하는 결혼과는 아예 차원이 다른 세계이니 말이다.


원래도 결혼이라는 세계는 차원이 다르겠다만, 세상과 많이 단절된 생활을 하게 될 군인 아내는 선뜻 그냥 혹해서 충동구매와 같은 선택을 했다간 눈물이 마를 날이 없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자의든 타의든 군인 와이프는 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고상하게 집에서 내조만 하는 그런 사모님 같은 생각은 애당초에 버리는 게 좋을 거다.


현실은 억척스럽게 군생활을 해보지 않았어도 저절로 군인정신이 내재되는 그런 아이러니한 군인아내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의 그날의 선택은 나의 인생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나에게 타임머신이라는 게 존재해서 다시 돌아간다면 신랑과 결혼할 거냐고 묻는다면 신랑에게도 늘 이야기하지만 결혼을 안 할 거라고 이야기하겠다.


한번 해봤으면 됐지 뭐 하러 이걸 또 반복해.

이번생은 이걸로 충분하지.

군인아내로 또 살기는 싫다.

반 군인이 되어가는 것 같은 현실이 때론 부정하고 싶을 때도 있으니 말이다.


언제나 씩씩하게 혼자 모든 걸 견뎌내야 하는 나 자신이 때로는 버거울 때도 있다.

그래서일까? 다시 반복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무슨 선택을 하든 내 선택이었기에 후회는 늘 하지 말자인데 군인아내는 조금 후회되는 선택 중 하나이다.


내가 좋아하는 서울과는 완벽하게 동떨어진 생활을 해야 하고, 문화와 단절된 것 같은 생활을 해야 하는 현실이 싫기 때문이다.


그러면 누군가는 반박하겠지.

따로 살면 되지 않냐고, 나의 그 삶을 위해서 나의 아이들과 결혼했는데 함께 하지 않고 홀로 두는 건 직무유기 아닌가?

그래서 나는 싫든 좋든 다 같이 지지고 볶으며 그렇게 내 선택에 책임을 다해 임무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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