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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이직, 오히려 좋아!

3부.이혼이 내게 남겨준 것들(5)

by 유해나

이혼하면서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하게 되었다. X와 함께했을 때는 혹시 모를 출산/육아를 대비해 신혼집 근처 파트타임 직장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홀로서기를 결정했으니 다시 풀타임 직장으로 옮겨야 했다.



이혼을 준비하며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상태였지만, 면접장에서는 인생에 걱정 따위는 없는 양,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감 있게 면접에 임했다. 그 결과 다행히 가고 싶은 회사에 합격할 수 있었다.



새로 옮긴 직장은 이전에 다니던 곳보다 연봉/복지가 나아졌음은 물론, 동료들과도 마음이 잘 맞았다. 개인주의 + 성과주의적인 분위기라, 업무 얘기 외의 쓸데없는 잡담을 하지 않아도 돼서 마음 편했다.



팀 내에도 소위 말하는 빌런이 없었고, 팀장님도 베푸는 마음으로 잘 챙겨주려는 분이었다. 몇 개의 회사를 겪어보며 이런 경우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알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다니게 되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일하다 보니 업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고, 덩달아 평판도 좋아지며 팀 내 에이스라고 불리게 되었다.



팀원들이 나를 믿고 맡긴다는 말을 들으면 신나서 일을 더 열심히 재밌게 하게 되고, 또다시 잘하게 되는 선순환이 반복되었다.



이전에 다녔던 직장들에서는 업무 혹은 인간관계 관련해서 크게 스트레스받는 일이 꼭 있었다. 하지만 새로 옮긴 회사에서는 그런 스트레스가 거의 없었다.



워라밸도 좋은 편이라서 업무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부터는 취미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예전부터 하고 싶던 공부도 배워보고, 운동도 시작하고, 이렇게 브런치에 글도 올리며 퇴근 후 시간을 알차게 채워갔다.



그야말로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들 중 가장 만족스러운 곳을, X와 이혼한 덕분에 만나게 된 것이다.





이혼 전에는 커리어 방향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다양한 직무를 옮겨 다니며 과연 정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현 직무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앞으로도 쭉 이 일을 하고 싶다는 확신 말이다.



이전 직장에서는 그렇게 어려웠던 것들이 지금 직장에서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걸 보면 때때로 놀랍다.



만약 내가 X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예전 회사에 계속 다녔다면, 마음 맞는 동료와 일하는 즐거움 / 회사에서 인정받는 성취감을 알게 되거나, 현 직무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는 어려웠겠지.



이혼 덕분에 하게 된 이직은 내 커리어를 긍정적인 쪽으로 확장해 주었다. 혼이라는 위기가 오히려 커리어에서는 기회가 되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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