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이혼이 내게 남겨준 것들(6)
X와 함께 한 6년 동안 몸무게가 10kg 늘었다. 데이트하면서 매일 맛있는 것 먹고, 운동은 전혀 안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X는 내가 살이 쪘어도 변함없이 귀엽고 예쁘다고 해줬기에 굳이 다이어트할 필요는 없겠지, 안일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내심 속으로는 통통한 내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사실 나의 진짜 몸은 이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날씬한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알게 모르게 자존감이 낮아져 있었다.
10kg 나 살이 찌니 꾸미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옷 사이즈를 어떻게 사야 할지도 몰라서, 대충 있는 대로 입고 다녔다. 꾸미는 걸 좋아하던 나였는데 어느 순간 칙칙한 내 모습이 그런대로 익숙해졌다.
무엇보다 과체중이 되면서 건강도 악화되었다. 건강검진 결과에서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왔고, 근육량은 턱없이 부족해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무릎, 허리 관절이 아파왔다.
X와 헤어지고 몇 달이 지나자, 이제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슬렀으니 진짜로 몸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무리하면 지칠 수 있으니 일단 헬스장 주 2회 출석을 목표로 잡았다.
헬스장에 가서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일단 러닝머신부터 시작했다. 무릎이 약한 사람에게는 인클라인 러닝머신이 좋다고 해서 경사도를 높여 하루 30분씩 러닝머신을 탔다.
처음에는 10분만 타도 헉헉 숨이 차서 포기하고 싶었는데 어느새 30분을 넘어 35분, 40분까지 거뜬해졌다.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잡생각이 사라지고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너무 힘들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고 목표한 운동량을 채웠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받으면 얼른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렸다.
주 3회씩 헬스장 출석 습관이 잡히고, 다양한 운동에 도전해 보기 시작했다. 필라테스, 댄스, 등산 등등. 운동의 세계는 넓고도 깊었다.
어느새 운동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취미가 되어 있었다. 주 4-5회씩 운동을 다니고, 주말이면 시설 좋은 센터를 찾아 원정까지 다녀왔다.
30년 동안 운동하고는 담쌓고 살아오던 나였는데 놀라운 변화였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몸 건강은 물론, 매일 소소한 성취를 반복하며 건강한 도파민이 분출되었다.
매주 꾸준히 운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10kg 감량에 성공했다. 다시 예전 같은 몸매로 돌아오니 자신감이 생겼고 스스로를 꾸미는 재미도 되찾게 되었다.
운동은 나에게 건강한 자신감을 회복하게 해 주었다. X와 헤어진 직후에는 "이런 나를 누가 다시 사랑해 줄까"라는 생각에 자존감이 낮아져 있었다.
하지만 운동하며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게 되니, 사람들을 만날 때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대할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을 가꾸며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나는 더 당당해졌고, 부정적인 생각이 줄어들었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평생 함께할 소중한 취미를 찾게 된 것은 덤이다. X와 헤어지고 시작한 운동 덕분에 일어난 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