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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먹여살린다

3부.이혼이 내게 남겨준 것들(7)

by 유해나

사회초년생 때는 본업 외 수입 만들기에 진심이었다.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기 위해 투자/부업을 병행하며 월급만큼의 돈을 회사 밖에서 벌고 있었다.


퇴근 후에도 부업을 하느라 정신없이 바빴지만, 대기업에 다니는 X 못지않게 돈을 벌었기에 수입 면에서는 찬란한 리즈 시절이었다.


하지만 X와 동거를 시작하고, 가계부를 합쳐 관리하면서부터는 소득 올리기에 소홀해졌다. "어차피 남편이 잘 버니까 괜찮지 않나?" 하는 마음이었다.


게다가 결혼 후에는 돈보다는 관계에 신경 쓸 일이 많았다. 그렇게 에너지의 방향이 바뀌면서 나의 수입은 전성기의 3분의 1 토막 나버렸다.




다시 혼자가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를 책임질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라는 것을. 혼자서 단단히 서기 위해서는 경제력이 가장 확실한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이혼 직후 1년간은 몸과 마음 회복이 1순위였기에, 돈을 과하게 아끼느라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펑펑 쓰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답은 하나, 수입을 늘리는 것이었다. 결혼 전 부업하던 경험을 되살려, 월급의 10% 이상 부업으로 벌어보기로 했다.




한동안 멈췄던 주식 투자도 다시 시작하고, 휴일에는 부업으로 소소한 수익을 올렸다. 월급은 생활비와 저축, 투자를 위해 쓰고, 부업으로 번 돈은 100% 나 자신을 위해 썼다.


운동을 배우고, 예쁜 옷을 사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을 다니며 부수입을 알차게 사용했다.


회사 밖에서 버는 돈은 나에게 보너스 같은 존재였다. 벌수록 즐겁고, 즐거우니 더 벌고 싶어지는 선순환이 생겼다. 목표는 월급의 10% 였지만, 언제나 그 이상을 달성했다.


덕분에 이혼 후에도 경제적 압박 없이 마음 회복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철저하게 절약하고, 결혼하고 나서도 남편과 합쳐 돈을 관리했기에, 처음으로 돈을 쓸 때 누군가와 상의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경험했다. 기대 이상의 해방감과 즐거움이었다.


열심히 벌고, 투자하고, 즐기며, 나만의 리듬으로 흘러가는 가계를 바라볼 때마다 결혼 전 돈 관리에 진심이었던 나로 돌아온 듯한 활력이 느껴졌다.


혼자 버는 월급만으로 살아가려고 했다면 빠듯했을 텐데, 부업 덕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예상보다 빠르게 돈을 모을 수 있었다.


또한 회사 밖에서도 수입이 생기니, '설령 직장을 잃어도 나는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1인 가구에게는 무엇보다 든든한 마음의 안전망이었다.





이혼 후 혼자가 되면서 내가 나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하지만 적당한 책임감은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경제력은 나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자존감이었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도 내 삶을 꾸려갈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X와 헤어진 뒤 내가 얻은 가장 확실한 자신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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