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평범하지 않은 미국 생존기>
저는 주식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브런치 스토리는 합니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브런치 스토리 조회수부터 확인합니다. 주식을 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중독인 것 같습니다. 주식은 장이 끝나는 시간도 있지만, 브런치는 24시간 계속 돌아갑니다. 새벽 3시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자다가 잠깐 눈이 떠졌을 때도 조회수를 확인합니다.
진짜 내 글을 읽었을까? 제목이 마음에 들었을까? 실수로 눌렀을까? 그냥 들어왔다 나가셨대도 좋았습니다. 좋아요는 누르지 않았어도 누군가 읽고 가셨겠지 하면 미소가 1, 2초쯤 가슴에 피었다 사라집니다. 조회수 한 개, 두 개라도 좋았고, 새벽에 좋아요 알림이 날아들어도 막 좋았습니다.
4월 16일부터 장장 6개월 동안 <결코 평범하지 않은 미국 생존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발행했습니다. 연재가 뭔지 모르고 성급하게 뛰어든 판이었다. 좋아요가 뭔지 구독이 뭔지도 모르고 무작정 쓰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화요일에 한 편씩 발행하겠다고 저 혼자 생각했는데도 진짜 작가가 된 것처럼 마감을 맞추려고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한 명이라도 제 글을 읽고, 감동? 좋은 영향? 생각의 여운? 공감? 연민? 과거 회상? 뭐라도 느꼈다면 다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비슷한 무언가를 아주 조금이라도 드릴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10편쯤 썼을 때, 문득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내 글은 인기가 없구나. 사람들이 전혀 궁금해하지 않는구나.’
조회수가 0인 날도 있었고 아무리 기다려도 좋아요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짜 뉴욕 여행 1>의 조회수가 막 늘어났습니다.(첫 4박 5일 뉴욕 여행 1로 변경) 조회수 60이 넘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딘가 제 글이 떴다고 주워 들었지만, 어딘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바라던 대로 조회수가 늘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좋아요는 여전히 6이었기 때문입니다. 좋아요를 누르는 확률이 6/10에서 6/60으로 추락했다는 의미였습니다.
‘내 글은 홍보가 안 돼서 그래. 읽기만 한다면 내 글에도 좋아요가 늘 거야.’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했고 더 쓸쓸해졌습니다.
조회수가 늘어도 조회수가 없어도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계속 써야 하는 건지, 중단해야 하는 건지 자꾸 주춤거리게 했습니다.
그제야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좋아요를 잘 받지 못하는 저는 다른 작가님들의 글에도 선뜻 좋아요를 누를 수 없었습니다. 자기 노출? 경계심? 쓸데없는 겁이 많은 타입입니다.
하지만, 마음이 훅 가서 어느새 댓글을 쓰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한 편을 읽었는데, 다음 편이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밥솥 취사를 눌러 놓고 잠깐, 반찬을 만들다가도 잠깐, 브런치 스토리를 읽고 또 읽게 만들었습니다.
‘그래, 이런 글을 써야 하는구나.'
항상 늦게 읽고 뒷북을 치는 편이지만, 이제 좋아요는 소신껏 누르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새벽 2시에도 말입니다.(조금 죄송합니다^^; 겨우 잠든 잠을 깨운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잘 몰라서 놓쳐 버린 작품들도 많습니다. 그 작가님이 누구였지? 그 작품이 뭐였지? 기억하지 못해 놓쳤습니다. 왼쪽에 피드나 내가 라이킷 한 글을 찾아들어가면 된다는 것도 그때는 몰랐습니다. 이제는 몇 편 읽고 좋으면 구독을 눌러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내 글의 좋아요를 타고 작가님들의 글을 방문합니다. 제 글을 읽어 주신 작가님들의 브런치 스토리에 꼭 한 번씩은 방문하게 됩니다. 너무 좋은 글을 발견하면 구독하고 나옵니다.
더 많이 읽고 싶지만, 아직 중고생 두 아들을 키우고 브런치 글도 쓰고 책도 읽어야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시작했기 때문에 여유가 많지는 않습니다. 구독하신 분들의 각자 사정이 있다는 것도 이해하게 됩니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니 브런치 스토리의 생태계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구독은 관심의 표현이고 좋아요는 진짜 글이 좋았다는 것이거나 내 브런치에도 한번 놀러 오세요~라고 느껴집니다. 좋아요는 손님이 다녀간 것 같아 매우 반갑습니다.
저는 아직 설익는 과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브런치 스토리가 제 삶에 훅 들어오면서 살림은 소홀해졌습니다
. 남편은 아침을 혼자 챙겨 먹고 식탁은 점점 부실해졌습니다. 잠자는 시간이 계속 늦어지니 저의 아침이 비몽사몽, 청소와 빨래도 꼴딱꼴딱 고개를 넘기듯 한 번씩 해치웠습니다. 일상이 망가지고 있는데도 글을 쓴다고 붙잡고 있는 것이 '덜 익었구나.' 싶습니다.
6개월이라는 진통 끝에 31편의 글이 나왔습니다. 머릿속에만 맴돌던 글감을 글로 쓰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브런치 스토리를 꾸준히 했더니 오랜 소망을 하나 이루었습니다.
내 이름(필명)을 단 내 책을 갖고 싶다는 소망! 말입니다.
그 여정은 실로 처절했습니다. 하나에 빠지면 다른 것은 잘 못하는 타입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친구도 덜 만나고 약속도 덜 만들고 심지아 미국에서 온 친구도 만나지 못하고 그냥 보냈습니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지 스스로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중독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한 편을 쓰는데 6시간쯤 걸린 것 같습니다. 몇 번씩 고친다고 고쳤지만 발행해 놓고는 바로 실수나 오타가 발견되어 부랴부랴 고쳤고 더 좋은 사진을 발견하면 다시 바꾸고 몇 달 전 발행한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뜯어고치고 정말 난리부르스를 추었습니다.
2024년 10월 27일까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한다고 컴퓨터 화면 옆에 계속 떠 있었습니다. 볼 때마다 신경이 쓰였습니다. 인기도 없는 글을 쓰면서도 말입니다.
<NO 외식, 플로리다 여행>을 발행하고 났는데, 그 사진이 브런치홈에 올라왔습니다.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서 무슨 일인가 했습니다. 이틀 만에 조회수 1,000회가 넘었다는 메시지가 왔습니다. 이런 알림도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작가님 글에 조회수 6,000을 찍었다고 읽었으니 1,000회는 새 발의 피 같지만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침표는 찍어야겠구나.'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꼭 마감 같았습니다. 제 글을 책으로 묶지도 중단하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제가 다시 용기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한 번 쉼표를 찍고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브런치북 출간을 결심했습니다.
마지막 금, 토, 일은 제 브런치 글들만 봤습니다. 보고 또 보고 고치고 또 고치고 끝이 없었습니다. 일요일 오후쯤 되니 토할 뻔했습니다. 그만큼 완성도가 떨어진 글들을 겁도 없이 발행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제 글을 읽어보신 분은 알 것입니다. 내용이 이리저리 이동하고 사라졌구나. 그리고 제가 성급한 헛똑똑이에 무모하고 뭐든 저지르고 보는 타입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뒷수습하는 타입이란 것도 말입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6개월 동안 많이 배웠습니다.
발행할 글들이 서랍 속에 서너 개쯤 있으면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릅니다. 바쁜 일정과 사정으로 화요일이 다가오는데 서랍 속에 글이 텅 비어 있으면 잠을 못 잤습니다. 새벽 2시고, 3시고 뭔가를 써야 잘 수 있었습니다. 인기도 없는 글이지만, 어딘가 내 글을 기다리고 있을 독자를 상상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미국 생존기>, 지금은 제목만 봐도 토할 것 같습니다. 금요일부터 주말 내내 읽고 고치고 편집하고 고민하고…, 제가 생각해도 참 성급했습니다. 아마 아직도 고칠 게 남아 있을 겁니다. 마감 앞에서는 힘이 솟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만, 또 핑계 같습니다만 이렇게 브런치북 한 권을 내놓고 물러갑니다.
서랍을 꽉 채워 든든한 마음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잠깐 쉬고 글을 좀 모아서 부디,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미국 생존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To be continued......
제 글을 한 편이라도 클릭하고 읽고 좋아요와 구독 눌러주시고 댓글 달아 주신 모든 작가님과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