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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Sep 18. 2024

넝쿨째 굴러온 축복

1월: 해오름달

            여자에서 엄마로, 남자에서 아빠로

                                           1부




생명이란 존귀한 것이다. 그리고 그 귀한 생명을 위해

누군가는 쉽지 않은 결정과 희생을 거쳤을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태어났고,

또 그렇게 생명을 탄생시키도 한다.


생명을 품은 순간을 맞이했을 때부터 첫울음을 만나는 순간까지.

부모의 시작선에서는 신비한 일도 많고, 놀랍고 황당한 일들도 많이 마주하게 된다.



                    대왕오징어와 보석



새로운 생명에 대한 시작은 다양한 방법으로 인지된다. 누군가는 미리 계획하고 의도한 대로, 인체의 변화를 감지하며 알게 되고, 또 누군가는 ‘신비로운 경험’을 통해 알게 되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 후자에 속한다.


어느 날 밤, 친구와 쇼핑을 하던 중 쇼핑몰에 엄청나게 큰 오징어가 나타나 나를 쫓기 시작했다. 나는 죽을힘을 다해 도망갔고 꽤 힘든 추격전 끝에 겨우 따돌렸다. 한숨을 돌리며 주위를 둘러보니 포근한 이불 속이었다.

그리고 이틀 뒤, 이번엔 대형 아쿠아리움을 방문하는 꿈을 꾸었다. 다양한 물고기들을 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 이전 꿈에 나타난 대왕오징어보다 더 큰 오징어를 만났다. 그 오징어는 커다란 몸집과 다르게 귀여운 움직임으로 다가와 내 주변을 서너 바퀴 돌았다. 너무나 생생했기에 잠에서 깨서도 보통 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같은 시기, 남편은 꿈에서 많은 양의 금을 가지고 있는 학교 선배를 만났다고 했다. 선배에게 금반지 하나만 달라고 하자 ”금반지는 안되고 저걸 가지고 가라 “고 했다. 선배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그곳에는 쳐다보기도 힘들 만큼 빛나는 ‘오색찬란한 보석’이 있었다고 한다. 너무 큰 보석이라 정말 가지고 가도 되는지 되묻자 그 선배는 “그래, 이게 네 것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했다.

평소 꿈이란 걸 거의 꾸지 않는 남편이었기에 우리는 기분 좋게 로또를 샀지만, 숫자 1개도 맞지 않았다. 시무룩한 우리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수화기 너머로 기분 좋은 어머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 몸은 좀 어떻니? 내가 정말 좋은 꿈을 꾸었는데, 혹 우리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구나. “


그리고 우리는 뒤늦게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 소중한 축복이 찾아왔음을.

이러한 꿈을 태몽이라고 한다. 태몽은 의무나 필수가 아니다. 반드시 꾸어야 하거나 모두가 꾸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태몽을 꾼 사람들은 그 꿈에 의미를 부여하고, 기대하게 된다.




                   꿈에서 현실로



남편은 왜인지 모르게 처음부터 혼자서 ‘딸바보‘가 될 준비를 해왔다. 태몽으로 보석 꿈을 꾸었기 때문일까. 사실 나도 엄마의 배 속에 있을 무렵, 나의 어머니도 보석 꿈을 꾸고 나를 낳으셨다고 하셨다. 흔히들 보석 꿈은 딸 태몽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남편이 하나 간과한 것이 있다. 나는 한 손에 잡히는 작은 보석이었고, 우리 아이는 기둥보다 큰 보석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처음 뱃속에서 성별을 들었을 때, 아들이란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던 거 같다.

80년대나 가능할 것 같은, ‘태어나보니 성별이 달랐다’라는 그런 성별 반전 스토리를 출산 직전까지 기대하고 있었다.


정말 ‘딸바보’가 되고 싶은 ‘그냥 바보‘ 아닌가?


단편적으로 나에게는 태몽이 있었지만, 태몽이 없다고 해도 임신은 그 자체로도 경이롭고, 신기하고, 행복한 경험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물질과 현상에는 다른 이면이 존재하듯, 임신도 좋은 면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특히, 여자의 몸은, 엄마가 되기 위해 많은 변회를 겪는다. 호르몬 영향으로 눈물도 많아지고, 누군가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질병, 일명 ‘임신 지옥’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한, 임신 기간 중 다양한 “event”가 있기도 하다.


순탄치만은 않은 10달간의 시간을 보내며 생명을 탄생시키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많은 변화와 힘듦 속에서도 조심히 그리고 건강히 다가오는 아이를 느끼면서 부모는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처음 두 줄을 확인한 날, 아기 심장 소리를 들은 날, 배 속 아이의 움직임을 느낀 날, 첫 울음소리를 들은 날…

부모가 되었음을 실감하게 되는 날도, 모두 다를 것이다. 비록 그 시기는 다르더라도, 그 감동의 크기는 서로 견줄 수 없을 만큼 벅찬 것이다.


나 또한 그렇게 태어났고, 그렇게 부모가 되었다. 자식으로서만 살아왔다가 이제 부모가 되어보니, 부모의 길이 쉽지 않다는 걸 몸소 깨닫고 있다.

이렇게 넝쿨째 들어온 축복으로 우리는 부모가 되었고, 나는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그리고 나는 아기가 돌이 될 무렵, 또다시 신기한 경험과 함께 쉽지 않은 과정을 한 번 더 겪게 된다.).


이제부터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육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분명히 답이란 존재하지 않는 분야이기에 비평보단 공감과 소통으로 함께 하고 싶다.

여러분의 소중한 축복이 찾아왔던 순간부터 함께 성장해 나가는 앞으로의 날까지 그리고 축복을 준비하는 분들과도 함께.



- 비나리의 육아일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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