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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헝그 리 Nov 11. 2024

위대한 선구자

<Jungsik / 뉴욕 트라이베카>



K-열풍이 불면서 다이닝 씬에도 한류의 열풍이 불고 있다.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뉴욕에도 한식 다이닝은 이미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열풍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이러한 한식 열풍에 선두주자에는 "정식당"이 존재한다는 것에는 아무도 이견을 표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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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당은 기본적으로 컨템포러리 한식을 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디쉬들에서 프렌치에 테크닉이 들어가 있지만 한식의 향이 배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뉴욕 정식당이 처음 오픈한 2011년 당시의 한식의 인지도를 고려하면 이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정식당의 위치를 만들어줬을지도 모른다. 서비스의 스타일 또한 2 스타 급들의 프렌치 레스토랑의 것과 굉장히 유사하다. 디테일과 우아함이 식사의 집중도를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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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뮤즈와 디저트까지 각각 총 15가지의 음식을 2시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경험했기에 모두 나열할 수는 없겠지만 역시 그중에서도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디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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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뮤즈는 전체적으로 모두 맛있었다. 트러플 향이 은은하게 나며 브리오슈의 버터리함과 잘 어울리는 육회, 기름기 넘치는 앰버잭과 그것을 눌러주는 고추장 양념 그리고 위에 얹어진 튀긴 양파와 김 쉘이 주는 바삭한 텍스쳐. 가장 맘에 들었던 아뮤즈는 배숙이었다. 바삭하고 얇은 타르트 쉘에 푸아그라의 눅진함이 입 안 가득 퍼지고 뒤 따라오는 배의 자연적인 단 맛이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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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당의 시그니처 메뉴라 할 수 있는 문어 디쉬. 문어는 겉바속촉에 완벽한 쿡의 정도로 인한 부드러움 그리고 매콤한 고추장 베이스의 소스가 모든 맛을 다 잡아먹지는 않는 완벽한 밸런스를 보여줬다. 문어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요리가 아닐까. 가히 시그니처 디쉬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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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 디쉬로 받은 성게비빔밥. 단언컨대 여태까지 살면서 먹은 우니 중 두 손가락에 드는 신선함이었다. 선도가 너무 좋아 마치 망고를 먹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함께하는 다른 재료들을 가볍게 가져가서 온전하게 우니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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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모두 맛있었지만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디쉬들이다. 아뮤즈로 나온 주먹밥은 고추장 맛이 너무 강하다고 느껴졌다. 줄무늬 전갱이 또한 조금은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식당의 시그니처 중 하나 인 김밥은 함께 나온 방어는 기름기가 넘쳐흐르는 최고의 부위였지만 밥이 조금 뻑뻑하게 느껴지고 전체적인 조화가 좀 단조로웠다. 메인으로 나온 갈비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부드러움을 보여줬지만 갈비 자체는 너무 달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다이닝에 갔을 때 소고기를 먹어야 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굳이 소고기 메인 디시를 넣은 것 같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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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당의 평가는 꽤 다양하게 나오는 편인 것 같다. 어찌 보면 조금 올드할 수 있는 테크닉과 콘셉트들이 정식당의 평가를 절하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 레스토랑이 2011년도에 뉴욕에 처음 문을 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리고 이것이 한식 다이닝에 선구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왜 정식당이 이토록 오랫동안 미슐랭 2 스타를 유지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식당의 평가가 어떻게 되었든지 간에 이 레스토랑이 한식 다이닝에 위대한 유산이자 선구자임은 그 아무도 반박할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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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도중에 중간 광고처럼 나온 북극곤들메기 디쉬가 있었다. 이것은 정식당에서 새로 오픈한 식당 SEA에서 모티브를 받은 디쉬인 듯하다. 어서 이 새로운 레스토랑 또한 방문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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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ngsik

• 2 Harrison St, New York, NY 1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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