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울적한 걸 보니 또다시 그날이 다가온 것 같긴 하다. 캘린더에 예정일은 내일인데, 작년 두 번째 소파술을 받은 이후로는 생리 주기가 5주까지 길어졌다. 난 항상 주기가 30일 정도로 일정했는데 요즘은 35일 주기에다가 기분 탓인 건진 모르겠지만 양도 적어졌다. 예정되어 있던 중국 여행 때문에 지난달까지는 편안한 마음으로 있었는데, 이번에는 마음 가짐이 좀 다르다. 이번 달엔 아기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내심 바라고 있다. 임신이 내 마음대로 내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란 걸 그 무엇보다도 잘 알지만, 생리 예정일 즈음 생기는 기대감과 서운함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이제 주기가 당겨질 때도 되었으니 진작부터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길래 다이소에 달려가서 3천 원짜리 임테기 스틱을 사다가 테스트해봤는데 예상대로 한 줄이었다. 다음 달엔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참 임신이라는 게 내 마음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참 쉽지가 않다. 임테기 한 줄을 봤는데도 생리가 터지기 직전기까지 기대감이 사그라들지 않는 마음도 어쩔 수가 없어 우선 내일까지 지켜보긴 해야 할 것 같다.
임신 시기를 앞당기고 싶다면 난임 병원에 다시 방문해봐야 할까 싶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직은 자가 주사 맞으면서 고생할 자신이 없다. 때가 되면 자연히 찾아올 것을 믿고 기다려보는 중이다. 비임산부로서의 일상을 좀 더 즐겨야 할 것 같다. 먹고 싶은 것 먹고, 홀가분한 몸으로 운동도 다니고, 자유로운 일상. 일단 임신하고, 입덧이 시작되면 잃어버릴 일상임을 알기 때문이다. 신혼을 즐기는 방법은 가정마다 다를 테지만 우리 부부는 여가시간을 조용히 집에서 쉬면서 보내는 편이다. 주말마다 여행이나 캠핑 또는 카페 투어를 위해 밖으로 나도는 부부가 아니고, 금요일 저녁엔 같이 저녁 먹으면서 유튜브나 나는 솔로를 보고, 주말엔 가벼운 외식 정도로 만족하는 편이다. 특히 나는 맥주나 칵테일 정도의 가벼운 술도 한 모금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 난이도라면 임산부여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일상이긴 하다. 하지만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이 시점에서 어떠한 난이도의 일상이라 할지라도 임신과 육아의 세계는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 부부의 일상도 다신 없을 수도 있는 소중한 일상이리라 생각해 본다. 내가 유산을 겪었을 때 육아 중인 친구가 이야기해 줬던 말이 떠오른다. 아기를 낳고 돌아보니 인생에서 남편과 단 둘이 보내는 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짧더라는 말.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 부부는 컴퓨터 방에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컴퓨터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난 글을 쓰고, 남편은 요즘 들어 한 동안 안 하던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역시나 아기가 없어서인지 우리는 한가하고 여유로운 신혼부부인 것 같다. 여가 시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할 수 있고, 쉬고 싶을 때 쉬고,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는 자유를 가졌다. 우리에게 아기가 있다면 어떤 일상을 보내야 하고, 어떻게 해낼 수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부모가 되어서 희생하고 한 생명 키워내는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을 하고 싶다. 현재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겠지만, 하루빨리 좋은 소식이 찾아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