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ick #113
1. 지난 몇 년간 투자자들의 핵심 질문은 'AI 거품론'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AI가 진짜라면?'에 꽂혀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서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와 아포칼립스(종말)를 합친 신조어가 월가에서 유행 중입니다. AI가 너무 발전해서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가 쓸모없어진다는 시나리오죠.
2. 더 이상 사진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지우려고 포토샵을 배우지 않아도 되고, 회계 소프트웨어, 영업 분석 툴, 물류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면 챗GPT나 클로드에게 시키면 번듯한 결과물을 만들어줍니다. 특히, 올해 초 앤트로픽이 자연어로 컴퓨터를 조작해 데이터 분석이나 경비 처리 같은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능을 출시하면서 이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비싼 SaaS 앱을 쓰려면 그 소프트웨어의 언어를 배워야 했는데, 이제 그냥 말하면 되니까요. 코닥을 무너뜨린 디지털 카메라, 블랙베리를 몰락시킨 터치스크린처럼 SaaS도 같은 운명을 맞을 수 있다는 겁니다.
3. 주가에서 이미 그 변화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는데요. 협업 툴로 유명한 아틀라시안은 1월 이후 50% 폭락했고, 호주 출신 공동 창업자 두 명의 자산은 몇 주 만에 115억 달러나 증발했습니다. 호주 기술주 지수는 연초 대비 17%, 6개월 기준으로는 25% 넘게 빠졌어요. 업계에서는 사용자 당 과금 모델의 앞날도 걱정합니다. SaaS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를 쓰는 사람 수만큼 요금을 받는데, AI 덕분에 한 사람이 두 사람 몫을 하게 되면 매출이 줄어들게 되니까요.
4. 당연히 빠른 시일 내에 모든 SaaS가 사라지진 않을 겁니다. 호주 시드니의 한 자산운용사는 투자자들이 분석 없이 일단 팔고 봤다고 평가합니다. 어떤 회사가 진짜 위험하고 어떤 회사는 괜찮은지 따지기도 전에 SaaS면 다 던져버렸다는 거죠. 하지만 AI가 대체할 수 없는 회사도 있습니다. 자기만의 데이터를 쌓아온 기업, 이미 수많은 고객사 시스템과 깊이 연동된 기업, 단순 도구가 아니라 거래 당사자들을 연결하는 플랫폼 같은 곳들이요. 이런 회사들은 오히려 AI를 품어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또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는 것이죠.
5. 한쪽에서는 AI 버블을 걱정하고, 다른 쪽에서는 AI가 기존 산업을 파괴할까 걱정합니다. 전자는 AI가 약속을 못 지킬 거라는 우려고, 후자는 AI가 약속을 너무 잘 지킬 거라는 우려죠. 시장이 AI가 너무 적은 것과 너무 많은 것을 동시에 걱정할 이유를 찾아낸 걸까요? 어쩌면 이게 전환기의 본질인지도 모릅니다. 방향은 확실한데, 속도를 모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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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터너, 비, 증기, 그리고 속도-대서부 철도 (Rain, Steam and Speed – The Great Western Railway).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