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사랑
지금 울 아들은 달콤 쌉쌀한 연애 중이다. 히힛
“ 울 아들, 미용실 다녀올 때가 제일 멋진데, 어쩌냐?
바빠서 미용실도 못 가고.......”
아들의 머리를 보니 어째 좀 추레하다.
'오늘은 여자친구 J이 가족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라는 데… '
“ 엄마가 삐죽삐죽 길어 나온 뒷머리라도 좀 다듬어 줄까?”
“ 네. ”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한 까탈하는 녀석이 순순히 내게 머리를 맡긴다.
키득키득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는다.
“빨리 좀 정리해 주세요. 지금 생축 편지도 써야 하고,
백화점에 들러서 J이 생일선물도 사야 해서요.”
‘ 그런 건 미리 좀 준비해 두지! ’
목구녕까지 잔소리가 올라 오지만 입을 꼭 다문다.
이 상황에서 엄마의 참견은 금물이다. 금물!
엄마의 친절한 연애 공조만이 필요할 뿐이다.
7월 중순 날씨도 덥지만
아들은 마음이 바빠 더 열이 나는 것 같다.
밀림의 왕자 타잔처럼 옷통까지 벗어던지고
책상에 앉아 손편지 쓰기에 바쁘다.
아들 방을 빼꼼히 들여다보던 남편이 슬며시 농담을 던진다.
“아들아, 어서 장가가라. 장가가면 여친 생일날 편지 안 써 줘도 된다.
아빠 봐라. 엄마 생일에 편지 한 통도 안 써줘도 끄덕 없이 지금까지 잘 살고 있잖아.” 허허허
아들은 무반응이다.
오직 편지 쓰기 삼매경이다.
뼛속 깊이 이과생 아들이다.
평소 카톡 문자도
“넹. 아니요, 알겠습니다. 등등 ”
늘 단답형이다.
그런 애가 달달한 연애편지를 쓰자니 얼마나 힘이 들까?
‘사랑이 뭔지?’
그 어려운 걸 참고해 낸다.
‘사랑 고놈 참 어렵다.’
아들이 여친이 생겼다고 슬쩍 귀띔해 주었을 때,
내 마음도 몽글몽글 설레기 시작했다.
입은 더 자주 근질근질해졌다.
아들이 데이트하고 오는 날이면 엄마의 질문 본능이 꿈틀댔다.
“오늘은 어디 갔었어? 뭐 먹었어?…….”
궁금증은 통제 불능 수준이다.
자식의 일이면 뭐든 다 알고 싶었다.
꼬치꼬치 묻다가 아들방에서 등 떠밀려 나오는 날도 더러 있다.
' 내가 지를 어떻게 키웠는데... '
진부한 표현을 해가며 서운함을 달랜다.
한 때 심장을 같이 썼던 사이라(태아 때) 그런지
감정의 주파수를 늘 함께하고 싶나 보다.
아들이 점점 사돈의 팔촌쯤 멀어지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흑흑
아들의 연애를 지켜보는 재미가 솔솔 하다.
아침마다 여친의 모닝 천사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다.
유독 아침잠 많은 아들은 모닝콜 걸어두고 일어나서,
눈 비비고 하품까지 하가며 전화로 여친을 깨워준다.
나긋나긋 속닥속닥
가끔씩 그 멘트를 엿들으면 몸이 오글오글 거린다.
‘저 녀석이 내 아들 맞나? 싶다. 제 아빠 하고는 달라도 너무 달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기념일을 절대 그냥 넘기는 일이 없다.
생일은 말해 뭐 해. 100일 단위, 일 년 단위로 쪼개어 기념일도 챙겨야 한다.
그때마다 온기 어린 손편지도 함께 써줘야 한다.
학창 시절 숙제하듯 열심이다.
귀엽고 사랑스럽다.
커플은 취미도 함께 해야 한단다.
어느 날 아들이 불쑥 요가학원에 등록했다고 했다.
대학 때 농구 동아리, 직장에서는 배구 동아리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아들이 너무 생뚱맞게 여겨졌다.
"J 이가 커플 요가 하자고 해서요. "
다른 이유도 설명도 더는 필요 없다.
유행가 가사처럼
'무조건 무조건이야.' 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성격의 아들이다.
따따부따.
제 논리를 잘 펼치던 내 아들이다.
노글노글 말랑말랑
변해가는 아들이 낯설어도 너무 낯설다.
요즘 흔히 쓰는 말로
우리 아들이 달라졌어요다.
조금씩 놀랍기는 하나 마음은 따스하고 흐뭇해진다.
아들 마음의 안테나는 오로지 J에게 맞춰져 있다.
또 어느 날은 연애사가 무슨 난관에 봉착에 했는지?
여자의 마음은 도무지 모르겠다는 둥
고차방정식보다 어렵다는 둥
술 한잔하고 싶다더니,
막걸리 한 잔에 파전이 들어가면
술술 묻지 않아도 넋두리를 늘어놓는 날도 있다.
감정의 온도가 온탕과 냉탕을 오간다.
사랑의 콩깍지 제대로 씐 우리 아들!
한 사람을 위한
그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와 몸짓을 엄마는 응원한다.
아들아,
사랑의 방정식 잘 풀어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