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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운대 줌마 Sep 23. 2024

여행, 고놈 참 좋다!

아무튼 여행

여행은 고단한 삶의 여정에 메시멜로를 하나씩 선물하는 일이다.


올여름 동유럽 첫 여행지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다. 

시간도 느리게 흐르는 듯한 고풍스런 도시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다뉴브강가로 약속이나 한 듯이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 유명하다는 국회의사당 야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란다.




밤의 고요와 평화로움은 화려한 불빛과 어우러져 경이로운 풍광을 자아낸다. 

입이 떡 벌어지고 말문은 탁 막혔다.   

내가 아는 언어를 죄다 동원해도 그 아름다움의 표현은 미흡할 듯하다.


그저 눈부신 아우라와 고요한 밤의 정취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멍하니 서 있었다.     

자연의 섭리와 인간이 만들어 낸 건축물이 만나

밤마다 빚어내는 걸작품을 작은 사진기로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예 휴대폰을 꺼두기로 한다.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자.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 

   

세상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이 눈부신 장소에 와 있음이 그저 감사하다.

장엄한 아름다움 앞에 서면 일상의 잡다한 걱정에서 해방되는 느낌이다.

결혼 삼십육 년 차,

인생길 고생길 함께 헤치며 살아온 남편과 함께여서 더없이 좋고도 좋다.

   



남편의 어깨에 기대어 한참을 바라보았다. 

다뉴브강 물결이 국회의사당 건물에서 흘러내리는 

찬란한 불빛을 엄마처럼 품으며 은은하게 일렁인다.


내 마음에도 따스함의 강물이 조금씩 차올라

고요하고 평온해지며 더없이 충만해진다.


"여보, 사랑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지금까지 내 곁에 든든히 있어줘서."


왠지 이 장소 이 분위기에서 

그런 고백을 하지 않는다면

돌아가서

두고두고 후회가 될 것 같아서다. 


평소 낯간지러운 말을 잘 못하는 내가 

어디서 그런 깜찍한 용기가 발동했는지?

멜로드라마 연기자의 대사처럼 불쑥 말해버렸다. 


장소의 힘인가? 

분위기 탓인가?

좋은 장소에 오면 가끔씩 내가 나답지 않아도 좋아.  히힛


지금 이 순간, 이 느낌! 

내 기억의 저장고에 차곡차곡 저장되어 있다가 

더 나이 들어 꼬꼬 할미가 되어 잘 나다니지 못할 때

'그땐 그랬었지! 참 좋았더랬어.'

하며 내 인생 여정길을 뒤돌아보며 미소 지어 주겠지.


여행은 내 삶의 여정에 달달한 메시멜로를 하나씩 선물하는 일이다.  

여행, 고놈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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