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여행
여행은 고단한 삶의 여정에 메시멜로를 하나씩 선물하는 일이다.
올여름 동유럽 첫 여행지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다.
시간도 느리게 흐르는 듯한 고풍스런 도시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다뉴브강가로 약속이나 한 듯이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 유명하다는 국회의사당 야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란다.
밤의 고요와 평화로움은 화려한 불빛과 어우러져 경이로운 풍광을 자아낸다.
입이 떡 벌어지고 말문은 탁 막혔다.
내가 아는 언어를 죄다 동원해도 그 아름다움의 표현은 미흡할 듯하다.
그저 눈부신 아우라와 고요한 밤의 정취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멍하니 서 있었다.
자연의 섭리와 인간이 만들어 낸 건축물이 만나
밤마다 빚어내는 걸작품을 작은 사진기로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예 휴대폰을 꺼두기로 한다.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자.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
세상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이 눈부신 장소에 와 있음이 그저 감사하다.
장엄한 아름다움 앞에 서면 일상의 잡다한 걱정에서 해방되는 느낌이다.
결혼 삼십육 년 차,
인생길 고생길 함께 헤치며 살아온 남편과 함께여서 더없이 좋고도 좋다.
남편의 어깨에 기대어 한참을 바라보았다.
다뉴브강 물결이 국회의사당 건물에서 흘러내리는
찬란한 불빛을 엄마처럼 품으며 은은하게 일렁인다.
내 마음에도 따스함의 강물이 조금씩 차올라
고요하고 평온해지며 더없이 충만해진다.
"여보, 사랑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지금까지 내 곁에 든든히 있어줘서."
왠지 이 장소 이 분위기에서
그런 고백을 하지 않는다면
돌아가서
두고두고 후회가 될 것 같아서다.
평소 낯간지러운 말을 잘 못하는 내가
어디서 그런 깜찍한 용기가 발동했는지?
멜로드라마 연기자의 대사처럼 불쑥 말해버렸다.
장소의 힘인가?
분위기 탓인가?
좋은 장소에 오면 가끔씩 내가 나답지 않아도 좋아. 히힛
지금 이 순간, 이 느낌!
내 기억의 저장고에 차곡차곡 저장되어 있다가
더 나이 들어 꼬꼬 할미가 되어 잘 나다니지 못할 때
'그땐 그랬었지! 참 좋았더랬어.'
하며 내 인생 여정길을 뒤돌아보며 미소 지어 주겠지.
여행은 내 삶의 여정에 달달한 메시멜로를 하나씩 선물하는 일이다.
여행, 고놈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