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동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고
오직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단다.
~어린 왕자의 말~
살아가면서
어린 왕자가 내 삶 속으로 걸어 들어와
불쑥 말을 걸어오는 듯한 착시를 느낄 때가 있다.
퇴직하고 시간 부자가 되니
가장 먼저 음식 만들기에 관심이 생겼다.
나도 주부인지라. 히힛
육십 넘은 주부가 금방 시집 온 새댁처럼
유튜브 요리 정보부터 뒤진다.
평생 직장 생활하느라
끼니를 때우듯 했다.
친정엄마 반찬, 시어머니 반찬을 공수해다 먹이고,
배달 음식과 외식, 이모네 가게 반찬들까지...
' 바쁘니까 이해하겠지.'
얄팍한 변명을 위로 삼으며
당당하게 가족들 밥상에 올렸었다.
내가 무수히 차려낸 영혼 없는 밥상들
그 미안함이 자꾸 커져만 간다.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주부의 마음을?'
‘지금이라도 건강한 밥상을 만들어 먹이자.’
연습하는 실습생처럼
음식 만들기에 도전해 본다.
“당신도 이런 음식을 다 만들 줄 알아?”
남편이 놀림 같은 칭찬의 말을 던지며
싱긋이 웃는다.
이상하게 기분이 일도 나쁘지 않다.
내 귀에는
놀린다기보다는 놀랍다로 들렸다. ㅋㅋ ㅋ
오래 산 부부들에게만 통하는
소통과 이해의 매커니즘이 잠시 작동했나 보다. 히힛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주부로서 알토란 같은 기쁨을 맛본다.
집안 일은 내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가족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잘한 행복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장을 보며, 음식을 만들며, 청소를 하며 , 빨래를 개며...
‘우리 가족 힘내라! 힘내라! 세상에 지지 마라.’
응원의 말을
가사 노동요 삼아 되내며
즐겁게 일한다.
나이 들어가며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나고
내가 조금씩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다.
좀더 나은 어른이 되어가는 기분!!
이 기분이 참 좋다 ! 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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