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나 때가 오기를 바라다.
'따르릉~ 따르릉~'
학기 초, 새로운 학년에 적응하며 큰 아이(축복이)가 한참 수업을 듣고 있어야 할 시간에 학교 담임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다.
“어머 선생님! 축복이한테 무슨 일 있나요?”
“어머님 학교에 지금 잠시 와주실 수 있나요? 과학시간에 실험을 하는데 축복이가 먹지 말라고 한 것을 먹었어요. 다행히 배가 아프다고 하진 않는데 병원에 한번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한달음에 학교로 달려갔다. 가는 내내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이는 괜찮은지, 먹지 말라고 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걱정되는 마음과 함께 화도 불쑥 났다. 다른 친구들은 하지 말라고 한 행동을 잘 지켜서 했을 텐데, 우리 아이는 도대체 그게 왜 그리 어려운 건지. 걱정되는 마음과 속상한 마음을 부여잡고 아이 학급 앞으로 살며시 가서 아이 상태부터 확인했다. 다행히 괜찮았다. 눈짓으로 선생님께 도착했음을 알리고 잠시 대기를 하며 같은 반 친구들을 쭉 둘러 보았다. 참관수업 때 분명 본 친구들인데 한층 더 성숙해 보였다.
“아이들이 참 많이 컸네. 우리 축복이만 그대로인 것 같네…”
잠시 후 선생님이 나오셨다.
“어머님. 와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저도 교사생활 하면서 이런 적은 또 처음이라 염려되는 마음이 커서 연락 드렸어요. 과학시간에 ‘오호(친환경 물병)’ 만들기를 했는데, 만드는 데 사용하는 재료들이 몸에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실험용으로 나온 재료들이라 혹시 탈이 날까 싶어서요.”
그러면서 실험하며 만든 오호를 보여주셨다.
“맛있게 생기긴 했네요. 그래서 맛이 궁금했구나 축복이가…”
바로 병원에 갔다. 의사선생님한테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진료를 받았다. 다행히 실험용 재료였어도 위험한 재료들은 아니었기에 괜찮을 거라고 하셨다. 순간 헛웃음이 났다. 안도의 한숨과 기가 찬 웃음이 섞인.
본의 아니게 일찍 조퇴를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아이에게 물어봤다.
“축복아~ 오호가 그렇게 맛있어 보였어?”
“마이쮸 같아”
“아… 마이쮸 같았구나. 그래도 선생님이 먹으면 안 된다고 했으면 먹지 말았어야지.”
“.................."
여전히 본능이 앞서는 아이인지라, '먹지 말라'는 선생님의 충고를 들었어도 '먹어 보고 싶다'는 충동은 억누를 수 없었나 보다. 이걸 호기심이 많아서 그랬다고 해야하는 건지.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고 해야 하는 건지.
오랜만에 학교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어머니~ 우리 축복이 학교 잘 다니고 있는지 궁금하시죠?”
“선생님!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생각하며 보내고 있어요^^ 축복이 잘 지내고 있나요?”
“우리 축복이 학교생활 아주 잘 하고 있어요. 1학기에는 축복이도 저도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라 이런저런 일들이 참 많았는데, 축복이도 2학기에는 좀 더 안정을 찾은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1학기에 나의 핸드폰은 늘 대기모드였다.
“요즘 축복이는 선생님인 저보다 출결에 관심이 더 많아서 누가 학교에 왔는지 안 왔는지 체크도 하고요. 체험학습 길게 쓰고 오랜만에 학교 온 친구를 제일 먼저 격하게 반겨주어서 그 친구가 무지 고마워하기도 했어요^^”
“네? 우리 축복이가요? 2학기 되니 이제서야 친구들이 눈에 들어 오나봐요~”
“그럼요~ 친구들도 축복이가 너무 귀엽다고 해요^^ 많이 도와줍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다 선생님께서 잘 이끌어주신 덕분이에요. 너무 감사합니다.”
2학기가 되어서야 안정기가 왔나보다. 불안도가 높은 아이라 충분한 탐색기를 거쳐 안전함을 확인해야 마음을 여는 아이. 그래서 늘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아이. 그냥 기다려주기만 하면 된다.
어느덧 만10살5개월이 된 아이. 학년으로는 4학년이어야 맞지만 초등학교 입학 전 나의 어마어마한 고민과 큰 결심으로 과감히 학교를 1년 늦게 보냈다. 그래서 현재는 초딩3년 차. 늘 한 템포, 아니 열 템포는 느리게 가고 있는 아이이지만, 그냥 기다려 주면 된다는 걸 여전히 깨달아 가고 있다.
“시간은 기다림을 시험하고, 인내는 기다림을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