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뭣도 모르고 제멋에 빠져 시를 썼다. 물론 지금도 제멋에 빠져 뭘 쓰고 있긴 하다. 하지만 소설은, 에세이보다 어렵다. 내 상상을 다른 사람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내는 것, 짧은 단상이 아닌 긴 호흡,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문장작법 등의 벽이 떡하니 내 앞에 서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설도 내멋에 취해 썼다간 망해버릴 거라고요.
어쨌든 나는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20대엔 그것을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을 주로 했다면, 30대엔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바빴고, 40대가 되어서야 상상을 글로 옮길 생각을 했다. 손에 스마트폰만 있다면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으니, 캔버스에 유화만 고집하던 나로서는 참 신선하고도 간단한 일이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얼마나 곱게 끄집어 내놓느냐는 차치하고 말이다.
소설의 소재는 주로 꿈을 통해 얻는다. 한참 자면서 꿈을 꾸다가도 ‘어? 이거 소설감인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대부분 깨고나면 잊어버리지만, 그래도 일어나서 곰곰이 되새기며 기억해둔 게 몇개는 남아있다. 거기에 살을 붙이고, 뒷얘기를 상상하는 작업은 고되고도 엄청나게 재미있다.
문제는 내 상상력의 한계로 인해 내 소설도 어설프고 밋밋해진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왕 쓰기 시작한 거, 그것들을 하나 하나 완성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이다. 덤으로 더 많은 분들이 읽어주신다면 더 좋고.
마침 다가오는 8월 마지막주에 브런치에서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한다. 처음으로 소설부문이 신설된다고 하니 솔깃했다. 만약에, 만약에 뽑힌다면, 내가 쓴 소설이 책으로 발간될 수 있다니. 얼마나 두근거리는 상상인지!
그리하여, 도전해보려 합니다.
글 쓰는 속도가 엄청나게 느리다는 게 내 최대 단점이지만 이번에 한번 손목과 영혼을 갈아 넣어 보겠다. 날짜에 맞춰서 브런치북 연재를 하려면 이 정도 각오는 해야겠지. 생각만 했는데 벌써부터, 와, 신난다. 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