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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 Apr 28. 2024

내 삶에 고양이가 들어왔다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서 "살면서 절대 잊히지 않을 날짜는 언제인가요?"하고 묻는다면, 나는 "2017년 10월 01일과 2018년 10월 20일이요."하고 답할 것이다.



아직도 생생한 그날의 기억.

내 삶에 고양이가 들어온 날이다.


2017년 10월 01일은 아침부터 부슬비가 내렸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첫째 고양이를 만나러 가는 순간까지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로 '잘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었고, 어떤 근자감이었는지는 몰라도 '책임질 자신 있어. 무조건 행복하게 해 줄 거야!'라는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레이닝(raining)'이라는 이름까지 지어두고 만나러 가는 날만을 기다렸었다. 어찌나 설레던지. 매일 레이닝과 만날 날만 생각했던 것 같다.


설렘과 긴장이 가득던 날. 교롭게도 비가 내렸고, 나는 첫째 고양이를 만나게 되었다. 


여기에 비하인드가 하나 있는데, 원래 만나러 가려던 날짜는 하루 전날이었다. 그런데 일정 문제로 다음 날인 10월 01일 아침에 가게 되었던 것이다.


혹시 비가 내리는 날짜에 맞춰서 오려고 그랬나? 우리는 정말 운명이 아니었을까? 가끔 생각하면 참 신기하다.


레이닝은 함께 있던 친구들 사이에서도 가장 조용한 고양이였다. 소리 없이 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던 고양이. 그저 멀거니 올려다보고만 있던 고양이. 3개월이었음에도 1kg도 되지 않던 아주 작은 고양이 레이닝이었다.


이후로 일 년 동안은 레이닝 살 찌우기 프로젝트를 하느라 아주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레이닝이 잘 따라와 줬고, 집사의 정성을 눈치챈 건지 무럭무럭 자라나서 지금은 무려 6kg나 나가는 통통냥이 되었다는 사실!


그런 레이닝이에게 딱 하나 문제가 있었다면 외로움을 잘 타는 고양이라는 점이었다. 내가 24시간을 집에만 있는 프리랜서 집사임에도 그랬다.


이 때문에 많은 상담을 받은 결과, 레이닝을 오랫동안 함께 지켜봐 주신 동물병원 선생님의 권유로 레이닝에게 친구(이자 동생)를 만들어주기로 1년 차에 결심하게 됐다.


하지만 말이 쉽지 고민이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걱정은 레이닝이 서운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외동묘로 사랑을 듬뿍 주며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과연 둘째 고양이가 와도 지금처럼 사랑을 100% 다 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고민했던 것 같다.


렇게 고민에 고민을 또다시 거듭하던 중. 2018년 10월 20일, 나는 운명적으로 둘째 고양이를 만나게 되었다.


레이닝을 만날 때는 철저한 계획이 있었는데, 둘째 고양이를 만날 때는 전혀 예기치도 못한 상황이었.


그날은 울긋불긋한 단풍이 하나둘 떨어지던 때였고, 나는 레이닝 간식을 사러 동물병원 안에 있는 펫마트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다른 누군가에 의해 구조되어 앉아 있던 둘째 고양이 만난 것이다.


이런 걸 보면 정말 운명이란 게 있나 보다. 걱정과 고민은 어디로 가고, 이 아이라면 함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으니 말이다.


이름조차 준비하지 못할 만큼 갑작스러운 만남이었기에 둘째 고양이에게 어떤 이름을 지어줘야 할까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둘째 고양이의 이름은 '메이플(maple)'이 되었다.


레이닝이 조용하고 작은 아이였다면, 메이플은 활발하고 자기 의사가 분명한 아이였다. 타고난 성향이라는 건 참 신기해서, 메이플은 무럭무럭 수다냥이로 자랐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동안 나도 8년 차 집사가 되었다. 사료는 무얼 먹여야 좋은지, 모래는 어떤 제품을 써야 좋은지, 아플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배워야 할 것들이 참 많았다.


무엇보다 '고양이가 없었다면 금과 같은 감정을 살면서 느낄 수 있을까' 싶은 순간이 많았다. 그만큼 고양이는 8년 동안 내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나는 고양이와 살면서 보게 된 풍경에 대해, 그 찬란한 시간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세상의 모든 고양이가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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