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고양이인데도 이렇게 다르다고요?
우리의 아침
프랑스 소설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는 말했다. "세상에 평범한 고양이는 단 한 마리도 없다"라고.
레이닝 메이플과 살고 있는 지금, 나는 이 말을 매 순간 실감한다.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고양이에게도 루틴이 존재한다는 걸 몰랐다. 아니, 있기야 있겠지마는 이렇게까지 서로 다를 줄은 몰랐다고 해야 할까.
가령 메이플은 미라클모닝 캣이라 새벽 6시만 되어도 기상한다. 수다냥답게 기상 즉시 나를 깨우는데, 내가 침대에서 일어날 때까지 지속되는 터라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에 반해 레이닝은 비교적 늦잠을 즐기는 편이다. 말수가 적고 조용해서 내가 일어날 때까지 품에 안겨 함께 잔다. 그러니 나로선 두 친구의 다른 생활패턴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나는 직업 특성상 동이 트는 것을 보고 잠들 때가 많다. 그래서 메이플의 기상 알림이 고통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비틀비틀 일어나서 밥을 주고 장난감을 흔드는 일상이 이제 힘들지 않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8년 차가 되어서야 깨달았달까.
메이플은 밤중에도 꼭 한 번씩 잠에서 깬다. 일어나서 하는 일은 가족들 확인하고 다니기. 가슴팍에 올라와서 코밑에 얼굴을 대어보고, 레이닝의 배도 톡톡 쳐본다.
처음에는 놀아달라는 신호인 줄 알았는데, 가만히 지켜보다 보니 어릴 적 부모형제와 떨어지면서 생긴 일종의 트라우마라는 걸 어렴풋하게 알게 됐다.
그러니까 기상 후 가족들을 확인하고 다니는 건 어쩌면 당연한 행동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메이플만의 자신을 지켜내는 방식이었을지도.
메이플은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가족들이 모두 잘 있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아침밥을 먹고 다시 잠에 들었다.
그렇다면 레이닝의 아침은 어떨까?
레이닝은 앞서 말한 것처럼 매우 조용한 아이다. 사람으로 치면 '좋은 게 좋은 거지'의 정석이라 느긋하다. 그래서 메이플이 깨워도 대체로 그러거나 말거나 자리에 누워 있을 때가 많다. 그러다 결국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서 메이플을 그루밍해 주지만.
이른 아침식사를 즐기는 타입 또한 아니라서 밥은 가볍게 건너뛰고 아침 일광욕을 즐긴다. 암막커튼 뒤로 들어가서 출근하는 사람들, 등교하는 사람들, 날아다니는 새 구경을 하면서 꾸벅꾸벅 조는 게 레이닝의 아침 일과다.
이렇게 레이닝은 냥플릭스를 즐긴 후 오전 10시에서 11시쯤이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제야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가볍게 아침 운동(우다다)을 한다. 이로써 레이닝의 아침 일과가 완성되는 것이다.
두 아이의 아침 일상만 기록했는데도 이렇게나 생활습관이 다르다. 한집에서 오래도록 함께 살고 있음에도 그렇다. 그리고 우린 서로의 다름은 존중하며 각자의 아침을 잘 지켜가는 중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집사님께서도 아이들의 생활습관을 한 번 찾아보시길! 세상에 평범한 고양이는 단 한 마리도 없다.
추신. 사진 속 왼쪽 고양이가 메이플(치즈태비코숏, 7살) 오른쪽 고양이가 레이닝(러시안블루, 8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