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서로 다른 방식의 포옹을 한다
우리의 허그
미국 작가 클리블랜드 에이모리는 말했다. "고양이와 약간의 시간이라도 보내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다시피 고양이는 인간의 한계에 대해 엄청난 인내심을 갖고 있다."라고. 그는 동물기금 창설자로서 동물의 권리옹호를 위해 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레이닝은 동물병원 선생님께서도 인정한 전형적인 러시안블루 성격이다. "전형적인" 성격이 세상 어디에 존재하겠냐마는 그만큼 인내심이 좋고 조용하다는 걸 뜻한다.
이는 사람의 경우와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참았던 게 한 번 터지면 물불 가리지 않는다. 사람의 경우로 한 번 생각해 보자.
인간은 참고 참다 화가 나면 어떻게 할까? 소리를 지를까? 화를 낼까? 심지어 그 상황이 타인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면?
안타깝게도 그럴 때 홀로 몸으로 아픈 유형들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몸으로 아픈 유형의 고양이가 바로 레이닝이다.
레이닝은 화내는 걸 유독 못한다. 메이플이 따라다니면서 울어도 10번은 참았다가 한 번 화내는 것 같다.
심지어 언젠가 한 번은 가족에게 잠시 집 열쇠를 맡기고 2박 3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사실이 화가 났던 건지 방광염에 걸렸다. (이후 나는 집사로서의 기나긴 참회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레이닝이 그만큼 내게 의지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 평소에도 동물병원에서도 집사의 품에만 있으려고 하니, 무릎냥을 넘어선 포옹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레이닝의 다정함은 때로 병이 된다. 심지어 집사에게조차 티를 내지 않은 채 끙끙 앓기만 한다. 그러니 겉으로는 무던하고 알아서 잘하는 듯보여도 사실은 매우 예민하고 내향적인 성격의 고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메이플은 어떨까?
메이플은 레이닝과 달리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성향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속박한다는 생각이 들면 참지 못한다. 품에 안는 것 또한 선호하지 않는데, 특히 두 발이 땅에서 떨어지면 몸부림을 친다. (단, 두 발이 땅에 붙은 채로 일어서서 포옹하는 건 좋아한다.)
이러한 메이플의 성격은 활달함으로도 연결된다. 어딘가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걸 좋아하며, 호기심이 많아 모두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 소위 인싸 성격.
이는 다르게 말하면 누군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의존적이기보단 독립적이라는 뜻이다. 또한 마음에 들지 않고 화가 나는 건 곧바로 지르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냥냥냥 말이 많다.
그래서일까. 메이플은 아직 한 번도 병을 치러본 적이 없다. 오히려 너무 건강해서 이러다 나중에 크게 아프면 어떡하나 싶긴 해도 동물병원에서도 인정해 주신 건강한 고양이다.
이렇게나 다른 두 고양이와 살다 보니 집사 입장으로서는 자연스레 혼란이 생긴다. 성향으로 치자면 레이닝에 가까운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사람 마음이 어쩔 수 없어서 상대적으로 조용한 레이닝보단 사고뭉치 메이플에게 더 눈길이 간다. (눈을 떼면 사고를 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간과한 건 여기에 있다. 한 번 더 다르게 생각하면 메이플은 그만큼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면 금방 온순해진다. 원하는 것이 분명하고 명확하다는 뜻이다. 반면 레이닝은 온순한 듯보여도 직접적인 의사 표현을 하지 않기에 알게 모르게 속에만 숨겨두고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오히려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비로소 알 수 있다.
모든 성격에는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있다. 어떠한 면이 좋다고 하여 그것이 모두 다 좋을 수만은 없는 게 세상의 이치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의 A면이 좋다고 해도, 그것은 완벽할 수가 없다. 이후의 장면에서는 A가 A'라는 단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러니 같은 밥을 먹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은 집사에게서 자란 두 존재도 이렇게나 다른데, 하물며 고양이들이 보는 인간인 나는 얼마나 더 다르겠는가.
그래서 나는 고양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내가 고양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 고양이가 나를 이해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고양이는 인간의 한계에 대해 엄청난 인내심을 갖고 있"기에 우리는 매일 서로 다른 방식의 포옹을 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