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오면 한 번쯤 먹어봐야 할 음식 중 하나는 간단한 차와 식사를 할 수 있는 차찬탱 식당에서의 아침식사다. 차찬탱은 어느 거리에나 하나씩은 있고 아침 일찍 문을 열어 직장인들의 간단한 요기부터 늦은 저녁 야식까지 할 수 있고 메뉴또한 다양하다. 그래도 차찬탱은 아침식사가 제격인 듯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인스턴트 라면이나 토스트, 버터 번, 밀크티등을 먹고 있으면 홍콩에 있는 게 실감 난다. 그중 한국관광객에게 유명한 몇 곳을 소개해 본다.
1. 호주우유
몇 년 전 출장 왔을 때 직장 동료와 호주우유공사에서 푸딩을 사 먹은 적 있다
사람이 많아서 못 들어가고 포장을 해 밖에서 먹었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푸딩이 이럴 수가 있나 연신 감탄을 하며 먹었었다
이 번에 몇 번 시도했지만 사람이 많이 발 길을 돌린 기억이 있어 전 날부터 구글과 네이버 블로그를 열심히 검색해서 메뉴까지 정해놓고 아침에 눈뜨자마자 달려갔다. 도착시간 8시 30분! 하지만 줄을 섰다. 내 앞에는 일본관광객 2명이 핸드폰으로 호주우유공사를 급하게 공부하고 있었다. 준비성 하고는... 줄은 빨리 빠져서 10분 정도 기다렸다. (차찬탱 식당 대부분은 간단한 음식이라 줄이 아무리 길어도 빨리 빠진다.
혼자 가서 당연히 합석을 했는데 4명이 간신히 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이었다. 자리에는 홍콩의 중년부부와 나처럼 혼자 온 홍콩 아저씨가 있었고 모두 아침 세트 메뉴를 먹고 있었다. 나도 어제 예습한 대로 아침세트메뉴인 토스트, 스크램블, 차가운 밀크티를 시켰다. 영어로 주문했지만 종업원은 홍콩말로 주문을 확인한다. 의아하게 쳐다보며 불안해하니 같이 앉은 홍콩 부부가 니꺼 주문됐다고 이야기해 준다
음식은 금세 나왔는데 밀크티가 한동안 안 나와서 다시 이야기하니 한참 뒤에야 나온다. 사람은 많고 비좁고 수시로 들락날락해서 워낙 어수선하다. 다른 식당들도 주문하지 않은 음식이 나오기 일쑤다
맛은 인터넷 후기에 미치지 못해 실망했지만 처음 방문한 사람이 이런 분위기에서 맛을 음미하기엔 쉽지 않을 듯하다.
한참 먹다 보니 푸딩을 안 시킨 게 생각났다. 사실 푸딩 먹으러 왔는데~~. 종업원에게 영어로 여러 번 이야기해도 홍콩말로 다시 물어본다. 보다 못해 옆에 홍콩부부가 대신 주문을 해줬다. 고맙다고 했더니 어디서 왔냐 물어봤다. 한국이라 했더니 둘이 핸드폰을 뒤적뒤적하다 '무빙'을 보여주며 "굿!!!!"을 연발한다. 난 아직 못 봤지만 무빙이 요즘 인기라는 이야기는 들었다고 말하자 "Oh~~ No~~" 하고 급실망을 한다. 홍콩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친절하다
드디어 푸딩이 밀크와 함께 나왔다~~ 설레었다......... 아..... 근데 맛이 원래 이랬던가? 달다.... 깊이 있는 묵직하고 진한 맛의 푸딩으로 기억했는데 달고 가볍다. 내 입맛이 변했나? 에이~ 뭐 목적을 달성했으니 됐다.
먹다 보니 옆에 홍콩아저씨는 레몬차를 시켜 먹는다.... 이 아저씨 아까 밀크티 먹더니 또 먹네.. 하고 얼굴을 보니 아까 그 아저씨가 아니다. 어느새 새로운 사람이 합석을 했다. 옆 자리에 누가 온 것도 모를 지경으로 정신없는 식당이다. 다 먹고 나오니 대기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2. 랑퐁유앤
이곳도 참 사람 많다. 특히 방송에서도 많이 소개되어 한국 관광객들이 많고 당연히 대기줄도 길다. 생각보다 깨끗한데 이곳 역시 너무 비좁다. 그 간 여러 군데 차찬탱 식당을 가봐서 그런지 큰 차별점은 모르겠지만 일단 유명하니 자리에 앉은 것만으로 성취감이 느껴진다
사실 차찬탱 식당의 음식 종류가 비슷한 구성이고 기껏 내가 먹어봐야 토스트, 인스턴트 라면, 샐러드, 파인애플 번등 뻔한데 특출 나게 맛있거나 맛없기도 힘들듯 하다
그래도 아무 데가 불쑥 들어가면 '이렇게 맛없게 만들 수도 있구나' 하는 식당도 간혹 있지만 유명한 곳은 일단 중간 이상은 한다.
이곳에서는 시럽을 듬뿍 뿌려서 토스트와 밀크티를 먹었다. 시럽을 많이 부을수록 맛이 좋아졌다. 시럽의 양에 따라 맛에 대한 별점이 점점 올라간다. '내가 초등학생 입맛이라니~
랑 퐁 유앤은 장소도 홍콩의 대표적 관광지 침사추이에 있으니 여행객들이 겸사겸사 와서 맛보기 딱 좋은 곳이다
3. 용성 빙실(Dragon Castle Cafe)
이곳은 체인점인데 사는 곳 근처에 있어 자주 갔다. 여기선 주로 파인애플 번을 많이 먹었는데 내 입맛에는 딱이다. 따뜻하게 막 데운 달콤하고 거칠거칠한 곰보빵 안에 두둑한 버터를 넣어서 한 입 먹으면 입안에서 녹는다. 빵을 오물거리다 밀크티를 한 모금을 마시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이렇게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끝난다
인스턴트 라면은 달달하다. 우리나라 라면국물은 한 입만 먹어도 강력하고 복합적인 맛이 느껴지는데 홍콩의 라면은 단순한 하나의 맛이다. 면은 미리 삶았는지 조금 불어서 나온다. 홍콩 오면 한 번쯤은 재미 삼아 먹을 만하다.
이곳도 처음에 왔을 때 주문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합석한 아저씨의 도움을 받았다. 그날은 밀크티 대신 레몬차를 시켰는데 아저씨가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다. 몇 마디 나눈 후 아저씨는 '홍콩에 왔으면 밀크티를 먹어야 한다, 다음부터는 꼭 밀크티를 먹어라' 하며 자리를 떴다. 홍콩사람들은 참 친절하다.
이 식당은 중국관광객들에게 유명한 듯하다. 주말에는 캐리어를 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중국 관광객이 많다. 한 번은 식사를 마치고 잠깐 핸드폰을 들었더니 종업원 아줌마가 내게 홍콩말로 뭐라 뭐라 한다. 다 먹었으면 나가라는 듯해서 부랴부랴 자리에서 일어났다. 쩝.. 쫓겨났네 하고 밖에 나가니 땡볕에 많은 사람들이 줄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