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랍 백단 미세스 모
내 작은아이는 로잉을 한다. 로잉 6년차 경력의 작은아이는 얼떨결에 이 운동을 시작했다.
아마, 큰아이가 7학년때일 것이다.
월화수수목금토일.....새벽연습, 개인레슨, 팀프렉티스...그렇게 수영에 목숨걸던 시절.
물을 좋아하고, 결과가 좋았기에 all in 하던 수영이 힘들어지기 시작할 무렵,
내가 사는 타운 조정클럽에서 7-8학년을대상으로 <learn to row> 프로그램 진행의 모집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시작한 조정.
물 밑만 보던 아이는, 물 위에서 하는 조정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아이는 좋아했다.
큰아이가 8학년으로 올라가는 여름. 우리는 여름로잉캠프를 등록하기로 결정.
하지만, 집에서 보트하우스가 있는 물가까지는 왕복 1시간 20분. 오고 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혹시 6학년 작은아이도 등록가능 햐냐는 질문에 오케이 사인을 받고, 언니따라 얼떨결에 로잉을 만난 작은 아이. 내 두아이들의 로잉 역사는 이렇게 시작하게 된다.
그러던 중, 큰아이가 타운에 있는 고등학교가 아닌 Hotchkiss 보딩스쿨에 입학하게 되어, 집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집에 남은 작은아이는 로잉팀 활동을 계속하게 된다. 코비드시절, 야외활동이기에 계속 할수 있었던 로잉. 작은아이는 로잉과 사랑에 빠지고, 더 열심을 내어보겠다고, 스콜라스틱팀인 타운로잉팀에서 클럽팀으로 전환. 아이의 로잉 사랑은 이렇게 계속된다.
어제, 로잉팀에서 1년을 마무리하는 시간으로 열린, banquet: 1년동안 함께 트레이닝한 아이들의 으쌰으쌰 파티. 이번 시즌을 끝으로 대학 입학으로 팀을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시니어들, 6월에 플로리다에서 있을 Youth National 로 들떠있는 아이들, 그리고 qualify 되지 못해 실망한 아이들. 아이들은 한껏 들 떠 있었고, 그런 아이들을 물질적, 정신적, 시간적으로 정성을 들여 서포트한 부모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했다.
마지막, 코치들의 스피치는 나를 감동시켰다. You just practice hard every day. One day, you will get there and we will get there. 그 감동의 도가니에서 갑자기 내 머릿속에 한 학생이 떠올랐다. 이 아이에게 로잉을 말해줘야겠구나.
그리고, 다음날 점심시간에 학생 하나를 찾는다.
xx.
나와 6학년, 7학년을 함께한 올해 졸업반인 8학년 학생.
불안장애와 감정기복이 심해 고생하지만, 역사와 책읽기를 좋아하는, 긴 금발머리가 자꾸 눈을 가려서 머리 올리느랴 바쁜 이 남학생. 여름에 뭐할 계획이냐 물으니 할머니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는 것외에는 계획이 없단다. 잘됐네.
“혹시 조정해 볼 생각 있어?”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카약킹도 좋아하고, 로잉머신 해본적도 있어 나쁘지 않을거 같다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 어? 그래? 그럼 내가 어머니한테 전화할께. 이메일로 정보 보낼때 같이 cc해줄께."
그리고 난 얼렁 전화한통을 돌린다.
" xx중학교 샘입니다, Mrs. xx 와 통화가능할까요?" 반대편 수화기에서 내 목소리를 단박에 눈치채곤 "Ms. Mo! 너무 반가워요. 잘 지내죠?" 서로의 안부를 묻는 대화를 시작. 당신도 학교 옥션 비딩을 했는데 떨어졌다며 실망한 작은 아들이야기로 한참의 수다가 진행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본론을 꺼낸다. "어머니, 제 딸아이가 로잉을 하는데 지난 가을 아버님께서 xx가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게 생각났어요. 제 아이 팀에서 이번 6월 1일날 무료로 세션이 진행하는데 시간이 되면 한번 해보시겠어요? xx랑 이야기하니 여름 계획이 아직 없어서 알려드려요. 제 딸아이는 로잉을 통해 체력만 좋아잔개 아니라, 시간관리하는 능력도 올라가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기르는데 너무 도움이 되었어요. xx도 로잉머신 써봤다고 나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어머니 생각은 어떠세요? "
어머니는 흔쾌한 반응을 보이신다. "어머나, 생각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우리도 운동 시키고 싶었는데. 아이 아빠와 팀운동도 생각해봤는데 physical contact을 좋아하지 않고 공이랑 친하지 않아 아이랑 너무 맞지 않는거 같아 고민이 많았어요. 아직 여름방학 계획이 없었는데 너무 좋네요."
어머니의 긍정적인 반응에, "어머니, 전 xx가 금발을 날리며 노 젓는 모습이 보고 싶네요. 그리고, xx 가 졸업하더라도, 고등학교, 앞으로 대학에 가서도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요. xx는 마음이 참 따뜻한 아이예요. 계속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켜보고 싶습니다.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어머니는 말을 잇지 못하신다. 쉽지 않은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는 오늘 나 덕분에 너무 행복하다고..졸업식에 뵙기로 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학교가 끝나기 전, 내방 문이 벌컥 열리며 xx가 나타나 "이메일 정보 받았어요." 라고 말하고 유유히 사라진다. 마음에 들었나보다.
로잉이 아이와 맞을지 안맞을지는 나는 알수 없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 그리고 힘들어 할때 응원해주는 것이다.
오늘 또 나는 그렇게 오지랍을 떨면서 일주일 학교생활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