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순간에서
나는 '패치 아담스'라는 영화를 수도 없이 봤다.
원래 영화를 1번도 집중해서 끝까지 잘 못 보는데, 이 영화는 유독 여러 번 봤다. 물론 대학 실패 후, 몸과 마음이 지쳐서 그럴 수도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도 이런 인생을 살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다짐도 했었다.
영화 장면 중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의외로 첫 부분에 나오는 홈이라는 말이다. 홈, 즉 가족에 대해 아담스는 혼자이기에 사전적 의미에 홈만 알고 있다. 실제 홈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을 아담스는 모른다. 그래서 집으로 가는 길이 그는 참 외로워 보였다. 그 장면이 왜 인지 모르게 내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다.
나도 혼자 살 때 회사 끝나고 집으로 가도 따뜻함을 느끼지 못했다. 아무리 집이 넓고 깨끗하고 좋아도, 그냥 고요한 어둠 속에 나 혼자 덩그러니 집에 있는 것이 참기 쉽지 않았다.
결혼하고 가족들이 생기면서 동일한 집도 홈으로서 느낌을 알게 되었다. 따뜻함, 웃음소리와 재잘거림 등이 홈에 빈자리를 채워주었다. 비로소 이제 집은 생각만 해도 따뜻하고 행복한 느낌의 단어가 된다.
가족이 된다는 것도 아마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아닌, 부부가 된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생각만 해도 따뜻하고, 행복한 그런 집이 생기는 것.
홈은 단순히 공간을 넘어, 그 안에 누가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나를 기다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이것이 진정한 홈인 것 같다. 이런 사람을 평생 네가 가지며 사는 것, 그것이 나는 가족을 이루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