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순간에서
연애를 할 때 나는 내 아내를 보고 확 끌렸다. 예쁘기도 했지만, 너무 밝은 성격이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결혼 후 생각해 보니 나와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내 MBTI는 ISTJ, 아내는 나와 딱 반대인 ENFP. 난 꼼꼼하고, 쪼잔하고, 아내는 덤벙덤벙 거리지만 열정적이다. 반대의 모습이 서로 좋았다. 그렇게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반대이기에 끌리지만, 함께 사는 것은 현실이다. 서로 다름을 맞추어 하나가 되어 가는 것은 수많은 다툼과 화해가 필요했다. 시간이 흘러 10년을 훌쩍 넘어 함께 살아보니 불같은 사랑은 서서히 식어갔고 긴 시간의 터널을 통해 뜨거운 정이 들었다.
그냥 함께 있으면 누구보다 편한 사람이 이제 아내가 되었다. 저녁 무렵 같이 산책할 수 있는 친구, 이런저런 사소한 말도 나눌 수 있는 친구, 서로의 민낯을 숨기지 않을 친구, 서로를 가장 아끼고 챙겨주는 친구가 부부가 아닐까 한다.
저녁 산책할 때면 부부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이 보인다. 젊은 연인부터, 중년의 부부까지 혼자가 아닌 둘이기에 조금은 더 행복해 보인다. 누군가 내게 결혼을 해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를 묻는다면 충분히 부부가 되어 사는 것이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결혼 후 일정기간 성화의 과정을 잘 수료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