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순간에서
스승이란 말이 요즘 있는가? 선생님에 대한 권위, 존경이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는다. 학교는 점수를 테스트하는 곳, 학원은 모르는 것을 배우는 곳. 그렇다면 그들에게 선생과 스승은 어디에 있을까?
최근 대학교 스승님이 소천하셨다. 그분은 대단한 강사는 아니셨다. 목소리도 조용하시고, 강의도 재미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학점도 잘 주는 분도 아니셨다. 그런데, 나는 학교 다니는 내내 그분 사무실에 자주 찾아뵈었다. 그분이 내게 대단한 충고나 대단한 이야기를 해 주신 기억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분은 내 사소한 이야기를 늘 진심으로 들어주셨다. 내가 아파하고 힘들어할 때 그 모습을 그냥 그대로 같이 체휼해 주셨다. 그리고 가끔은 같이 울어 주셨다. 그분의 학력과 세상에서 위치를 볼 때 엄청 대단한 분인데, 그런 분이 나를 그대로 받아 주신다. 그 이후 나는 그분을 스승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제 내게도 스승이라 부를 분이 나이가 들어 살아져 간다. 만남이 제일 중요하다. 내가 누구를 만나느냐가 미래의 나를 결정한다 생각한다. AI가 발달하고, 챗 GPT가 유능해지면 지식은 그들을 통해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삶은 그들을 통해 배울 수가 없다. 스승은 결국 삶을 배우는 분인데, 그걸 배울 분이 점점 만나기 어려워 가는 시대이다.
집 앞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논다. 예전에는 운동하며 뛰어노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같이 모여 핸드폰 게임을 하는 아이들도 많다. 직접 말하기보다, 핸드폰을 통해 말하는 것이 쉬운 세대. 그들에게 삶을 보여줄 스승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미래에는 가상공간 선생님도 그들에게 스승으로 불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