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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똠또미 Sep 23. 2024

일이 일어난 처음

심야괴담회st

가끔 내 몸인데도 내 몸이 아닌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이번 일을 가장 처음 떠올렸을 때 기억에 강하게 박히는 사건은 16살 여름 어느 날 밤이었다.


예고 입시 준비를 하면서 심리적 압박감이 심해서 그런지 16살 나의 밤은 늘 편치 않았다.

가위에 눌리는 날은 빈번하였으며, 한번 눌리고 난 후에 몸을 깨고 나서 다시 잠에 들려고 하면 기분 나쁜 감각은 다시 찾아왔다. 심한 날은 가위를 9번 가까이 눌린 적도 있었으며 그렇게 불편한 상태로 잠을 자고 난 다음날이면 온몸이 두드려 맞은 듯 아팠다.


가위눌림의 증상과 내용은 다 달랐는데 가장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낄 때는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거야?"라는 말과 함께 잠을 못 자는 상황에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자 남자와 여자, 노년부터 어린아이 목소리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겹친 듯 한 소리로 "나는 죽었고, 너는 살아있으니깐."이라며 심하게 비웃는 목소리들에 지금까지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는 날도 있었다.


행운을 빌어줘 오로라

늘 이런 식으로 기분 나쁜 느낌을 느끼며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런데 온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을 느끼고 눈을 뜨자 침대에 누워 있는 나 자신이 보였다.

'아.. 나 잘 자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무언가 쿵 하고 내 심장을 강하게 쳤다.

마치 죽이려는 듯 큰 돌멩이와 같은 것으로 내 심장을 내리찍는 듯 한 느낌이 들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온몸에 피가 도는 느낌이 강했으며 머리가 뜨거워졌다.

아직 경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뇌출혈이 일어나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온몸의 감각은 너무나 예민했고, 눈앞이 깜깜해지며 숨을 쉴 수 없었다.


살기 위해 강하게 숨을 몰아쉬자 온몸에 느껴지던 감각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손가락 끝부터 움직이기 시작하자 조금씩 몸이 움직였다.


"엄마.. 엄마!!!"

온 집안이 다 울리도록 엄마를 부르며 엄마에게 뛰쳐나갔다.

16살이 아닌 6살 아이처럼 엄마에게 달려가서 잠을 청했고, 내가 잠을 잘 못 자는 모습을 보고 엄마도 결국은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다음날 학교를 쉬고 한의원에 가게 되었다.


눈 밑이 퀭하고 잠을 못 자자 잠을 잘 자는 한약을 지어준다기에 안도를 하며 학교에 가기 전 한의원에서 가까운 이모 집에 들러서 엄마와 점심을 얻어먹고 가자고 마음을 맞추고 이모 집으로 향했다.




이모 집 앞에 차를 세우고 내리고 올라가려고 하자 다소 난해한 옷차림의 여자가 내 앞을 막아섰다.


"너 조심해. 죽겠네 죽겠어."


처음 보는 아줌마가 대뜸 하는 말이 너무 기분이 나빴다. 전날 잠도 못 잤는데 별 사람이 다 괴롭힌다고 생각하며 짜증이 나서 쏘아붙이려고 하자 엄마가 내 손을 잡고 무시하라는 눈치와 함께 이모 집으로 향했다.


"엄마 저 사람 뭐예요? 기분 나빠."


씩씩거리며 이모 집에 올라가자 이모는 밝은 내가 화를 내며 오자 뭔 일이냐며 물었다.


"아니, 이상한 아줌마가 조심하라잖아요. 죽겠다고 그러고. 도른사람이야 정말."

"어떤 여자?"

"몰라요. 빨간 가방 들고 돌아다니던데."

"아~ 야, 신경 쓰지 마. 이상한 여자야."

이모의 말에 엄마도 궁금했는지 어떻게 이상한지를 물었다.


"예전에는 멀쩡했는데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고. 근데 자기가 안 받고, 엄마인가? 그 사람이 대신 받았나 봐. 그리고는 일 년 정도는 신 기운이 돈다고는 하는데, 몇 달 전부터 사람이 다른 사람처럼 중얼거리며 돌아다니더라고."


이모에 기겁하는 엄마의 표정과 이상하게 기분 나쁜 느낌이 더 강하게 끼쳐왔다.

그리고 바로 휴대폰을 들어서 신내림이 무엇인지 검색을 하고 나는 소름이 돋아서 귀 속이 멍멍 해지는 경험을 했다.


여자가 말했던 죽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전날 내 심장을 누군가 터트려 죽이려고 했던 건가?

전날 밤, 내 눈앞을 캄캄하게 막아버린 존재를 볼 수 있는 사람인가?


그날 나는 신내림이 무엇인지, 신기운이 무엇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이렇게 예쁜 걸 보지 못하고 떠난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


나의 기억에 강하게 박힌 16살 여름.

내가 죽을 수도 있었구나를 느낀 처음이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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