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병'에 걸린 나는 아르바이트도 최고인 곳에서 하고 싶었다. 시시한 동네 알바가 아닌 서울 최대 중심지에서 말이다.
시행착오 끝에 도달한 서울살이와 꿈꾸던 명문대 생활. 어찌어찌 입학금과 거주지는 해결되었지만, 이제 먹고사는 것이 문제였다. 당장 과외 자리가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다른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시급제 알바를 찾기 시작했다. 그것도 내가 인정할 수 있는 최고의 알바를.
여기서 '최고'의 의미는 시간 대비 돈을 많이 준다거나, 쾌적한 환경이라거나, 돈 대비 쉬운 일이라거나 따위의 것들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최고의 핫한 자리에서 가장 대표적인 가게일 것, 학교에서 너무 멀지 않을 것, 그리고 나를 뽑아줄 정도로 다소 만만할 것.
그렇게 해서 가게 된 곳이 바로,
명동 한 복판에서 4층 건물을 통으로 쓰고 있는 던킨도너츠
되시겠다.
명동 아르바이트는 참으로 '신세계'였다.
당시 나 같은 조무래기는 일층에서 할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일층은 주로 손님들이 고른 빵이나 음료를 계산하거나, 빵을 정리하거나, 빵을 데우고 음료를 제조하는 일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지식과 경험이 전무했던 나는 그저 순수하게 몸으로 때우는 일만 할 수 있었다. 테이블을 닦고, 트레이를 정리하고, 바닥을 쓸고 하는 일들 말이다.
2층부터 4층까지 되는 3개 층을 마치 기계처럼 오르락내리락거리는 동안 머리는 헝클어지고, 종아리는 뻣뻣해진 지 오래, 허리는 숙였다 일어날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지만, 신경 쓰지 못했다. 끊임없이 들어왔다 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 또한 그저 쉬지 않고 움직일 뿐.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나는 지금 뭐를 해야 하지?'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바쁘지 않은 타이밍에 어딘가에라도 앉아 있거나 쉬는 모습을 보이면 마치 큰 죄를 짓는 것만 같았고, 그런 나를 누군가가 본다면 당장 내게로 와서 질책하거나 윽박지를 것만 같았다. 그렇게 요령 없이 3개 층을 7시간 이상 오간 나는, 그 뒤에 집으로 어떻게 돌아갔는지 모르겠다.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다음 날 불 꺼진 원룸 안, 천장을 향해 시체처럼 굳어 있던 내 모습. 알바 갈 시간이 다가오는 내도록, 그렇게 하염없이 누워만 있던 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