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를 돌본다. 직장과 집 모두에서.
직장이 학교이다 보니 캠퍼스가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다. 잔디밭은 늘 녹색으로 깨끗이 관리되어 있고 고양이들이 몸을 숨길 수 있는 풀숲도 많다. 캠퍼스 뒤로는 산이 인접해 있어 주변을 오가는 고양이들이 꽤 있다. 몇몇은 학교 안에서 여러 사람들의 돌봄을 받으며 지내곤 하는데, 그중 내가 근무하는 곳에 늘 머무르는 고양이가 있다. 검은 모색(毛色) 위에 회색 줄무늬가 선명한, 덩치가 크고 늠름한 기세가 마치 험준한 산길을 어슬렁 내려오는 호랑이를 닮아 ‘호랭이’라 지었다. 호랭이는 총 두 마리인데, 이것은 그중 첫 번째 호랭이에 관한 이야기다.
날이 좋은 어느 봄날, 학교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출근한 토요일 오전, 유난히 바빴던 시기이기에 기안 하나를 써두고 느지막이 퇴근을 했다. 책상 위에 어지러히 펼쳐둔 짐을 급하게 백팩에 욱여넣고 헐레벌떡 시내버스를 타러 튀어나갔다. 정신없이 계단을 뛰어 내려가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서는데 호랭이가 정문 앞 경비실을 지나 버스 정류장 앞까지 절뚝거리며 울면서 쫓아온다. 어디서 다친건지, 발은 왜 절둑거리는지 진짜 모를일이었다.
“야, 호랭이! 저리 가~ 위험해~ 언니 이제 집에 갈 거야”
“냐아아앙ㅇㅇㅇ”
나를 급하게 붙잡으려는 것처럼 버스를 향해 절박하게 다가오는 호랭이를 보며,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심장이 두근두근, 몸이 뻣뻣해진다. 그리고 나는 순식간에 과거의 기억 저편으로 끌려 들어간다.
덥지 않은 계절의 이른 아침 시간,
6-7살 혹은 더 어릴지도 모르는 여자 아이는 엄마 손을 꼭 붙잡고 단층 양옥집의 철제 대문을 나선다. 오늘은 엄마와 헤어지는 날이다. 엄마는 아빠와 함께 외지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자주 볼 수 없다. 어쩌다 한번 집에 들르면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이렇게 다시 보내야만 한다. 집을 나선 후 10분 거리의 찻길에 도착하기까지가 앞으로 아이에게 허락된 시간이다.
엄마가 차를 타고 사라지기 전까지 씩씩하게 걷지만, 헤어질 순간이 오면, 어린 나는 늘 어쩔 줄 몰라했다. 때로는 울며 쫓아가려고도 했고, 의연하게 잘 놀다가도 늦은 밤이 되면 불꺼진 방에서 할머니 옆에 누워 엄마옷을 가슴에 움켜쥐고 냄새를 맡았다.
울면서 급히 내게 다가오는 호랭이는, 어느덧 어린 날의 내가 되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버스를 이대로 떠나보내야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이 버스를 놓치면 시골이라 버스를 다시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가슴은 학교에 남아서 고양이를 돌보라고 시켰지만, 머리는 지금 이 버스를 타야 된다고 말했다. 마침, 학교에 남아서 일을 보고 계시는 같은 사무실의 선생님이 생각났다. 그 선생님께 급하게 전화를 걸어, 호랭이 밥을 좀 챙겨달라고, 상태를 좀 봐달라고 부탁을 했다. 알았다는 대답을 듣고 서둘러 버스를 탄 나는, 마치 어린 새끼를 고아원에 버리고 도망치는 부모가 된 것 같았다.
어린 나를 두고서 가는 엄마의 마음도 이랬을까? 이해되지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지만, 호랭이를 본 순간 어린 내 모습이 오버랩되며 순식간에 과거로 끌려들어갔던 경험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나는 살면서 얼마나 자주 내가 의식하지도 못한 채로 과거의 나로 돌아가고 다시 되돌아오곤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