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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gowords Nov 02. 2024

길고양이가 된 유기견

돌이켜보면

나와 엄마는 

폐가에 버려진 유기견 같았다


가족들 모두 도망쳐나간 빈 집에

나이 든 모견과

어린 자견만 남아 생을 다퉈야 하는 시간들


낡은 목줄에 메어 어딘가로도 가지 못한 채

아무리 짖어도 누구 하나 들여다보지 않는 그곳에서

우리는 뭘 바라 그렇게 우두커니 있었을까


불쌍하다 먹을 것 내어주지 않는 곳에서

자기 집 마당에 눌러앉을까 저어하는 매정함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최소한의 의지도 되지 못한 채

서서히 무언가 고장 나 갔다


.

.

.


오랜 시간이 흘러 살아남은 어린 유기견은

어느덧 길 위의 어른 고양이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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