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끝내 보지 않는 이야기들

by hagowords

나에게는, 끝내 보지 않는 드라마들이 있다

판타지가 아닌 다큐 같아서,

아직도 현실이라서.


누군가에겐 ‘웰메이드 드라마‘이지만,

나에게는 시궁창 같던 시간에 관한 이야기이자

‘웰메이드’라는 말로 포장될 수 없는 감정들


차마, 그 기억을 다시 들춰낼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아서,

나는 보지 않는 선택을 한다.




‘나의 아저씨’를 다섯 번이나 정주행했다는 사람을 본다.

그 사람은 어떻게 ‘지안’의 삶을

다섯 번이나 들여다볼 수 있었을까.


‘지안’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가진 것 없이 살아남기에 급급했던,

아직 다 치유되지 못한, 내 이야기였기에,

나는 그렇게 ’웰메이드 드라마‘를 외면한다.




비슷한 결의 드라마가 또 있다.

‘나의 해방일지’.


경기도.


서울 코앞이지만,

영원히 서울 시민이 될 수 없을 것만 같은 주변부.


보이지 않는 실에 얽혀

매일 미어터지는 광역버스에 몸을 싣고,

도심 속 괴물에게 기어들어가는 삶.


답답함을 느끼고,

무력감을 느끼고,

분노를 느끼면서도,

다시 그 감정을 죽이며 돌아가는 마리오네트 같은 날들.


그 시간들을, 굳이 다시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

나는 또 그렇게 ’웰메이드 드라마‘를 외면한다.




그러던 어느 날,

휴가를 낸 평일 오후,

나는 의식적으로 ‘나의 해방일지’를 튼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이

‘해방’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기 때문이리라.


지상에 나를 묶어두는 그물로부터의 해방

자유롭게 날아오르고 싶은 갈망


그래서, 궁금해졌다.


그들은 과연, 어떻게 해방을 이루었을까.


나도 드라마를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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