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지지 않는 공허와 우울감에 관하여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나는 자주 막막했고 가끔은 살고 싶지가 않아졌다.
생의 허무, 가슴 속에 진공상태의 우주를 품고 사는 느낌이려나. 지금 죽어도 아무런 미련 한가닥 남지 않을 것 같은 공허함과 가끔 이유없이 터지는 눈물은 반갑지 않은 동반자였다.
살아야 되는 이유를 찾는건 내 오랜 숙제였고, 내가 죽으면 슬퍼할 사람들이 생각나 죽지 못했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내 생의 의미를 찾은 순간은 내 첫째 고양이 베베였다.
어느 날, 친구와 같이 간 여름 바닷가. 모래사장에 앉아 파도를 바라보며 난 말했다.
"나는, 내 첫째 고양이 베베를 만나기 위해서, 그 고양이를 살리기 위해서 태어난 것 같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그러자 친구가 좀 웃었다, 약간 황당하다는 듯이. 그리곤 말했다.
“근데 그건 너무 슬프잖아“
그래. 내 삶의 의미는 이렇게 누군가에겐 슬프게 들리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슬플지도 모르는 이유를 붙잡고서라도 살아내고자 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