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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창민 Jun 21. 2024

<아파트>에 들어가며

아파트 #1

오늘도 포털 부동산에서 집 주변 대단지의 시세를 관찰했다. 


짧게는 몇 달 후, 길게는 몇 년 후 집값의 향방에 대해 자신에 차 얘기하는 동영상을 이리 뒤적, 저리 뒤적 했다. 뭔가 알 거 같으면서도, 알기 힘들다. 지금까지 그렇게 봐오기만 했다.


내게 아파트는 무엇일까.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것, 살고 있지만 내 것이 아닌 것, TV와 동영상에서 보는 것, 매우 비싼 어떤 것.


마흔셋 삶에서 좋은 집에서 살아보지 못했다. 좋은 집에 가보기는 했다. 비현실적인 집의 모습에 부러워하기도, 할 말을 잃어 침을 꼴딱 삼키기도 했다.


아파트는 가질 수 없는 욕망 같은 거다. 가지지 않았지만, 방송에서 아파트값이 천정부지 치솟는다고 하면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아내에게 어쩌지, 입술 안쪽을 물어뜯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내의 눈동자도 떨렸다. 가지고는 싶은데, 가지기 참 힘든 어떤 것이다.


아파트는 불안의 뒷면이기도 하다. 어느 땐, 값이 급락한다는 뉴스를 보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제 나도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건가.’ 희망 아닌 희망을 품어보기도 한다. 그러다 오르고 또 내리고 다시 오른다. 아파트값은 내 마음의 물결과 높낮이가 비슷했다. 내년 초겨울 계약기간이 끝나면 또 어디로 가야 할까.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괜스레 걱정한다.


돈, 급등, 급락, 시세, 차익, 투자, 부채, 빚, 불안, 욕구 이런 말보다는 정겨움, 편안함, 추억, 일상, 생활, 여유, 삶, 웃음 이런 말들이 먼저 떠오르면 좋겠다는 생각은 사치일까. 순진하다는 말을 듣겠지.


이토록 많은 아파트 중에 나와 가족이 살 집은 어디일지. 여전히 모르겠다. 집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 없는 답을 찾아 지금도 헤매는 중이다. 




어릴 적 시골 초가집 같은 곳에서 태어나 살다가, 읍내 작은 아파트에서 살았다. 도시로 올라오고는 물 새는 지하방, 허름한 다가구, 새집 같은 작은 빌라, 오래된 전세 아파트를 옮겨가며 살았다. 이리 전전, 저리 전전. 서울살이가 다 그렇다.


과거에 있는 집은 추억이다. 현재에 있는 집은 욕구와 불안이 뒤섞인 상상 속의 어떤 것이다. 계약서상 몇 년 점유하기로 한 것이기도 하고, 발 딛고 누우며 안도하는 어떤 네모난 것이다.


아파트를 둘러싼 내 안의 마음과 내 밖의 현상을 관조하며 관찰해 보기로 했다. 해답 근처까지 닿을 수 있을까. 해답은 영영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아파트에 대한 내 마음을 들여다볼 뿐.


바라는 건 아파트가 잿빛이 아니라, 하늘색이었으면 좋겠다.

                    

아파트와 파란 하늘. 내 마음 속 아파트는 하늘색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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