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의 간격

나이차는 극복할 수 없어

by 이국영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훤칠한 키에 까무잡잡한 피부,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그와 눈이 마주쳤다. 괜스레 얼굴이 발그레해져 애써 시선을 돌려야 했다. 건너편 자리에 앉아 강의를 들으며, 설마 그가 고등학생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키득키득 친구와 장난을 치던 그가 다가와 “이름이 뭐야?”라고 물었다. 장난기 가득한 그의 표정에, 금세 친구가 된 기분이 들었다.


스물두 살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앳된 얼굴, 웃을 때마다 반달눈이 되는 그녀의 웃음이 사랑스러웠다. 짧은 스커트와 셔츠 차림에도 단정함이 묻어나는 모습에 마음이 절로 끌렸다. 용기를 내 말을 건네고, 사소한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을 때, 그녀가 나보다 네 살이나 많은 대학생이라는 사실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미 마음을 빼앗긴 나는 나위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졸졸 따라다니며 사귀자고 하는 그의 손을 끝내 잡지 못했다. 두 살 아래 남동생이 있는 나에게, 네 살이나 어린 그가 남자로 보일 리 없었다. 사실 처음 봤을 때 비슷한 또래라 생각했기에 호감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다. “야~ 뭐 어때? 연하남 좋잖아. 저렇게 좋아하는데 한번 만나봐.” 친구의 말에 하마터면 마음을 내줄 뻔 했다.

교생 실습을 가던 날, 어떤 아이들을 만날지 기대하며 잠을 설쳤다. 1-1 교실 팻말을 보며 크게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아이들의 환호성에 순간 얼어버렸지만, 교생 선생님이란 이유만으로도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삼삼오오 교생들과 교정을 거닐던 첫날, 3층 교실에서 “와~~~~ 권중구 권중구~~~” 고래고래 외치는 고3 남자아이들 사이에, 수줍게 웃고 있는 그가 있었다. ‘아, 드디어 맞닥뜨렸구나.’


“누나~ 오늘은 나랑 같이 밥 먹을 거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건네는 그에게, 나는 “대학생 되면 만나줄게. 공부 열심히 해.” 라며 웃으며 달랬다. 나이를 알게 된 순간, 그는 그저 귀여운 남동생일 뿐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나이가 우리 사이를 가르는 기준일 뿐이라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향하는 대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어린 동생처럼 보이는 그에게 끌리는 나 자신을 이해하려 애쓰며, 사람의 마음이란 때로 이성보다 훨씬 솔직하고 자유롭다는 사실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끝내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다.

화면 캡처 2025-09-15 221151.png


작가의 이전글7085일의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