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 비공식 클라이밍 크루
처음에 클라이밍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뭐였더라..
단순한 이유였던 거 같다.
유튜브에서 클라이밍의 다이노*를 하는 모습을 멋지다 생각했고, 동료인 호야와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
*다이노: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먼 거리에 있는 홀드를 잡을 때 사용하는 스킬
클라이밍은 단순한 근력 운동이 아니라, 유연성과 균형 감각을 필요로 하는 걸 느꼈다.
거듭할수록 손가락 끝과 마디는 굳어 오르고, 근육은 아팠지만, 그럴수록 하나씩 단계를 깨는 재미가 있었다.
이게 클라이밍의 매력이지!
호야와 시작한 클라이밍을 시작으로 이전부터 해왔던 이안까지.
회사 내에서 조용히 클라이밍에 대한 붐이 시작되었고, 하나 둘 '나도 해볼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렇게 22년 8월부터 시작된 회사 안에 비공식 클라이밍 크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뭐 좀 더 정확하게는 사내 동호회이긴 하다.
'안클즐클'
비공식 클라이밍 크루는 이제 새로 오신 분들이라면 한번씩은 참여하게 되는 사내 동아리가 되었다.
그러던 23년 11월.
호야가 말했다.
“엘라랑 클라이밍 하러 갈까요?”
최근 입사한 그녀는 클라이밍 해보고 싶었다며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원체 요기니로서 유연함과 가벼운 몸을 가지고 있던 그녀를 봤을 땐 상당히 잘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어느 때와 같이 우리는 새로운 분이 오는 걸 환영하니까, 대답에 대해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그래요 날 잡죠”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회사 일이 길어져서 나는 조금 늦게 도착했다.
클라이밍장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호야와 엘라는 이미 몸을 풀고 벽을 오르고 있었다.
늦은 나로서는 쉬운 난이도로 어서 몸을 풀고 조금씩 난이도를 올려, 다른 분들과 맞추려 속도를 냈다.
오랜만에 클라이밍을 하다 보니 손가락이 조금 뻐근했지만, 기분은 좋더라.
엘라가 벽 앞에 섰다.
그녀는 벽을 유심히 바라보며 도전할 루트를 고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그녀의 눈빛에서 내가 처음 클라이밍을 했을 때 이건 끝내고 가겠다와 같은 결의가 느껴졌다.
"엘라, 다시 고?"
“가보자고!”
그녀는 첫 손잡이를 잡으며 가볍게 올라갔다.
아쉽게 Top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홀드에서 힘이 다 해 떨어지긴 하였지만 역시 요가로 다져진 유연성과 균혀 감각은 클라이밍에도 강점을 보였다.
‘처음 하는 거 치고는 대단한데?’
떨어졌지만 다시 시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이게 클라이밍의 매력임을 느꼈다.
(가기 전까지 그 문제를 완등하진 못 했다..)
역시 운동 뒤엔 뒤풀이지.
치맥 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상견례 (1편 참고)와 같이 대화를 이끌어 갔고, 회사 외적인 얘기를 서로들 오고 가며 즐거운 대화를 하였다. 호야는 언제나처럼 웃음이 넘쳤고, 이안은 조용히 이야기를 듣다가 가끔씩 한 마디씩 던졌다.
클라이밍 동호회를 시작할 떄와 달리 약간은 고인물이 될 법한 모임에 생기가 불어 오는 듯 했다.
역시 클라이밍할 때 봤던 그 결의에 찬 눈빛은 진짜였어.
내가 클라이밍을 하는 이유가 이처럼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가 더 커서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오늘 엘라 처음인데도 잘하시던데요!"
"으.. 오늘 체력 다 털렸어요.. 그래도 재밌었어요. 그리고 제가 이번에 클라이밍 왔으니까 요가도 가셔야죠?"
“네?”
아.. 그녀는 다른 목적이 있었나 보다.
이제 클라이밍에 매력을 느낀 또 한 분이 생겼나 했는데.. 아까 결의에 찬 눈빛은 뭐였는데..
요가라니?
지금껏 해보고 싶다고 생각도 해본 적 없는 요가를 갑자기 이렇게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