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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Jun 29. 2024

아, 이래서 요가를 하는구나

그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다


네이버 켜서 하타요가안 검색하고 1회권 끊으세요.



관심은 있었지만, 진짜 요가 원데이 클래스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렇게 직접 찾아와 예약하는 과정까지 지켜볼 줄은 더더욱 몰랐다. 하지만 그 덕분에 요가 클래스를 등록할 수 있었다. 하타, 아쉬탕가 등 요가에도 종류가 많던데, 효리누나가 하는 하타요가랬다.


첫 체험은 단 돈 15,000원, 버킷리스트를 이루기에는 나쁘지 않은 금액이었다. 12월의 어느날 팀원 6명이 다 같이 하루 일찍 퇴근해서 송파나루역에 있는 하타요가원으로 향했다.



요가원은 송리단길 끄트머리 쪽에 있는 한적한 대로변 위치해 있었다. 입구에는 차를 내리는 공간 겸 리셉션이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가자 어둑어둑한 가정집 같은 공간이 나왔다. 작은 난로와 릴렉싱 음악이 흘러나오는 살짝 따뜻한 그 공간의 느낌이 묘하지만 아늑하고 좋았다.


몇 년 전 사놓고 한 번도 안 입은 요가브랜드의 레깅스 위에 반바지를 덧대 입었다. 그러고는 공용 매트를 가지고 와 펼쳤다. 매트 안의 공간 안에서 요가를 할 거라고 생각하니, 내가 있을 곳을 직접 골라 바운더리를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묘한 공간 분위기 때문인지, 동작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그 의미를 찾게 됐다.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선생님이 차를 내려오셨다. 따뜻한 허브차 같았는데, 온도가 딱 적당했다. 정기권 회원들은 선생님과 차를 마시며 근황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이 분위기 자체가 조금 낯선 우리는 서로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침묵 속 입모양 토크만이 오갔다.


잘하려고 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몸을 그대로 놔두세요.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더 내려가 보세요.


선생님은 거의 비슷한 템포의 낮은 음성으로 동작을 보여주며 설명해 주셨다. 프라나야마랬나 라자카포타아사나랬나. 모든 동작의 이름을 부르고는 동작을 따라 할 수 있게 설명해 주었다. 뭔가 외계어 같기도 한 그 이름을 벌써 7년 차인 엘라는 다 알아듣고 있는 듯했다.


몸을 눕혔다가 굽혔다가, 팔을 펼쳤다가 오므렸다가. 생전 처음 해보는 동작이 많았다. 내 몸이 이렇게 뻣뻣했나, 이런 자세가 가능했나 하며 잡생각보다는 몸에만 집중하는 듯한 그런 시간이었다. 나는 바보같이 선생님만 보고 따라 하다가 혼자 방향도 반대로 잡아서 옆에 있는 팀원과 자꾸만 눈이 마주쳤다.


처음에는 계속 힐끗힐끗 다른 팀원보다 잘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눈을 감고 점점 동작에만 집중하게 됐다. 내 손끝이 어디 있는지, 발은 어느 정도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지, 지금 어디가 가장 불편한지. 그렇게 어려운 동작은 아닌 것 같았지만, 꽤 많은 힘이 들었고 땀이 흐르고 있었다. 엘라는 물구나무서기를 넘어 누웠던 몸을 허리 힘만으로 거꾸로 일어나는 동작까지 하고 있었다. 천방지축 같던 그녀가 달라 보였다.


약 90분 간의 클래스가 끝나고 잠시 누워 몸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싱잉볼 소리와 명상 음악 같은 자연의 소리를 듣다 보니 조금씩 잠이 올 정도로 몸이 편안해졌다. 잠시 뒤 선생님이 가져오신 따뜻한 차를 한 번 더 마셨다. 저녁도 먹지 않고 요가를 한 터라 배가 고플 법도 하건만, 배가 고프지는 않고 뭔가 다른 세계에 있다가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회원 중 한 명이 구운 거라며 쿠키를 하나씩 나눠주셨다. 쿠키에는 나마스떼라는 단어가 쓰여있었다. 타인과의 연결성과 상호존중을 의미한다는 나마스떼. 이들에게 요가는 어떤 의미일지, 무언가를 정신적으로 믿는다는 건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역시 운동 후에는 술이지!


요가원을 나와 근처 치킨집으로 향하는 길. 경건해 보이고 뭔가 달라 보였던 우리들은 금세 다시 시끌벅적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너무나 맛있게 맥주를 들이키며 일 얘기, 회사 얘기, 여러 가십들을 떠드는, 평소모습 그대로였다.


요가를 계속해보고 싶긴 하지만, 아직 마음의 수양을 쌓기에는 세상에 즐거운 게 너무 많아, 일단은 원데이클래스로 만족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 몸에 이렇게까지 집중해 본 시간은 이 짧은 원데이클래스 90분, 이때만큼은 없을 것 같다.


나와 당신에게 사랑과 존경을 담아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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