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뒤, 나는 또다시 정신과 의사에게 입원을 권고받았다. 이번에는 상황이 심각함을 스스로조차 느꼈다. 세브란스 병원에 가서 입원절차를 밟았다. 뇌파검사와 뉴로모듈레이션, ‘풀배터리’라고 불리는 종합심리검사를 받고 10일동안 입원을 하고 치료를 받았다.
엄마는 우울증이 아니라고 했다. ‘야, 우울증이면 하루종일 틀어박혀서 울어. 너처럼 거실로 나오지도 못해.’
그렇다. 환갑이 넘은 기성세대가 가진 우울증에 관한 지식은 2024년에도 겨우 이정도 수준이었다.
밥도 못먹을 정도로 매일 울고, 슬프고, 절망하고, 자해를 하고. 그러나 실제 우울증 환자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웃기도 하며, 오히려 울 힘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 스트레스가 악화되어 가슴 답답함, 이명, 구토, 무기력증 등 신체화 증상으로 까지 이어져 병원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 아닌 ‘뇌의 병’이라는 사실을 꼭 말하고 싶다.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로 세로토닌이 감소되면서 나타나는 뇌의기능 저하다. 의지와는 관계가 없이 뇌에 생기는 병인 것이다. 따라서 마음을 다 잡으면 낫는 병이 아니라 항우울제와 항불안제의 약물치료와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주는 인지행동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우울증은 올 수 있다. 다만 의지가 약해서 생겼다는 사회적 시선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그것이 무지에서 오는 것임을 스스로는 믿고 스스로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우울증에 걸렸다는 자체만으로 자책감에 빠지지 않아야한다. 그것이 우리가 우울증에 대처하는 첫 번째 자세이다.
‘우울증은 불치병 아냐?’
‘원래 사회생활이라는 게 다 그래.’
라는 같잖은 말로 타인을 위로하려고도 이해하려고도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