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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May 08. 2024

파킨슨병을 가진 치매 환자가 들어왔다

정신병동에 입원한지 10일째 되는 날이다.

5인실을 쓰는 내 옆자리 파킨슨병을 가진 치매환자 할머니가 들어왔다. 보호자는 그의 남편이다.

‘나 알아보겠어?’

‘왜 이렇게 됐어. 똑똑하던 사람이 왜 이렇게 됐어.’

‘나 당신만 보면 눈물이 나..’


나는 나의 50년 뒤를 떠올렸다.

과연 내가 파킨슨병과 치매를 동시에 앓으며 몸이 점점 구부러지고 굳어가고, 호스를 통해 유동식을 섭취하며 욕창이 생긴 채, 오줌통으로 소변을 눈다면 나를 지켜줄 이가 누가 있을까. 두려움과 절망에 몸서리가 쳐졌다.


할아버지의 슬픔과 한탄은 계속됐다. 몸무게가 채 38kg도 되지 않는 할머니는 아이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어렴풋 할아버지를 알아봤지만 크게 소용은 없는 듯 했다. 할아버지는 보호자 역할을 하기에도 너무나 노쇠했고, 지쳐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대학병원에서는 죽음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살고 싶어 발버둥을 치는 모습을 본다. 우울증에 걸려서 죽겠다고 한 내가 간호사가 혈관이 얇아 세번 핏줄을 터뜨리는 동안 아픔을 느끼는 게 우습게 느껴진다.


죽어야겠다는 표현보단 살고싶지 않다, 사라지고 싶다가 더 적절할 것 같다. 내가 꼭 지구에 낀 이물질 같다. 여기에 있어서는 안될 것 같은 기분.


삶도 죽음의 무게 어느 것도, 결코 가볍지 않음을.

정신 병동에서의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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