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msby Herrera, M. E. (2022)의 연구를 중심으로
우리는 수업 시간에 여러 동료 연구자가 우는 것을 보게 되었다. 우리가 마음 아파 했던 주제들 중에 가장 큰 것은 부모의 상실과 아픔에 관한 것이었다. 나 또한 다른 동료 연구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23년 전에 돌아가신 아빠 생각이 많이 났다. 나는 40대 후반이기 때문에 23년 전이라고 해도 성인이었다. 그래도 슬펐다. 지금도 가끔 슬프다.
‘왜 이렇게 아프게 10년, 20년이 지났음에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겪는 부모 잃은 슬픔이 어른인데도 큰 것일까? ’ 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된 논문을 런던대학교 심리학 박사 학위 논문에서 찾아 읽으면서 좀 더 심기있게 생애사 연구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되었다. 생애사 이처럼 한 사람의 생애 속에 있는 애도와 상실에 대한 구조적 연구 틀로 제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연구방법이구나 하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생애사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는 더욱 높은 수준의 연구윤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가 듣고 참여자가 말하는 인터뷰에 대해서 이성적이고 잘 준비된 구조화된 접근에 윤리성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어여 한다. 심리 전문가로서 듣는 사람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 이상 지면을 할애해 말할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생애사 쓰기 과정에서 나온 우리의 눈물들은 상실, 애도, 그리고 뭔가 우리 안에 일어나는 내적 정리됨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의 생애를 전체는 아닌 조각으로 알게 되었다.
한편, 우리가 왜 이 수업을 통해 나의 상실에 대해서, 자신의 고통에 대해 말을 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연구 방법 수업에서 왜 집단치료의 효과를 경험해야 했는지 대해서는 전혀 예상한 상황이 아니라 불편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사전 동의 있지 않았고, 반면에 예상되지 않은 긍정적 효과도 우리에게 남아 있어, 앞으로 연구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숙제인 거 같다.
생애사를 말하고 글로 적고, 구조화하면서 타인의 삶을 연구하는 일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임을 알게 되었다. 연구를 위해 설계된 이성적 접근으로서의 계획된 인터뷰 진행은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환경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생애사 글쓰기와 발표 그리고 조각 조각 밝혀진 자신의 삶의 개방 덕에 두렵기는 하지만, 생애사 연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게 되는 단계로 조금 나아간 것 같기는 하다. 관련하여 타인의 자기 개방에 대해 인간의 내면 정리화의 어떤 단계로 그 사람의 정신세계를 판단하려는 유혹을 버려야 한다는 중요한 윤리적 의식도 알게 되었다.
생애사 연구라는 도구를 통해 자기 조망(self-perspective)을 하게 되고 자기 인생 전체에 대해서 도식(Self-schema)을 갖았으면 한다. 어떤 삶의 사건과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판단보다 바라봄(Observing), 바라봄을 넘은 수용(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더 나아가 자기 삶을 다시 하루하루 살아냄이 생애사 연구 결과의 예측된 가장 긍정적 효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인터뷰라는 연구 방법에 대한 생각도 깊이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생애사 연구를 통해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전개해 나갈 때, 반구조화된 질의를 설계해서 가게 마련이다. 같은 이야기가 반복해서 나오는 포화 원리(Saturation Principle)에 의해 포화된 대화 수집의 단계가 되면 그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거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연구참여자에게 혹시 연구대상으로만 비춰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연구자의 태도에 관한 윤리 문제는 중요한 주의할 점이다.
나는 귀한 연구 시간을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들어야만 하는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연구참여자가 불쾌해하지 않게 잘 관리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또 적절한 연구자의 자기노출로 연구자가 연구참여자에 대해 알아내고 싶은 정보의 성격, 동기의 투명성, 동의의 자발성, 영향평가에 대한 인식, 기관의 윤리 지침 등에 합당하게 이뤄지는 조건 하에서 인터뷰를 잘해나간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인식된다.
결국 많이 현장에서 질적연구를 수행해봄으로써, 적절하게 그 상황과 여러 여건에 맞게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연구자의 역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애사 연구에 관한 여러 논문리뷰를 통해, 연구자의 시각을 어떤 연구주제를 만날 때마다 조율해나가는 것이 좋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생애사 연구가 줄 수 있는 장점에 대해서 미국의 유명한 임상심리학자 Neimeyer와 그의 동료들(Neimeyer and colleagues, 2023)이 찾아낸 의미재구성 모델(the meaning reconstruction model)의 과정, 즉
(i) 의미 찾기sense making,
(ii) 이득 찾기benefit finding,
(iii) 정체성 변화identity change,
(iv) 중요성 부여assigning importance의 과정이 학기 수업의 여정 속에 있었음을 기록하고 싶다.
참고논문 : Ramsby Herrera, M. E. (2022). Exploring Parental Death in Adulthood Through Life History Research: A Representation of Five Women’s Experience of Loss and Grieving. Department of Education, Practice and Society, Institute of Education, UC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