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을 Jun 18. 2024

대인기피증이 있지만 카페는 가고 싶어

오늘의 도전 : 카페에서 디저트 먹기

*오늘의 도전 : 카페에서 디저트 먹기


오늘은 상당히 힘든 하루가 예상된다. 그것은 바로 카페에서 달달한 음료수와 함께 맛있는 디저트를 먹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어야 하는 것과 더불어 음식까지 먹어야 하는 난이도 있는 미션이다. 그렇지만 호르몬 적으로 달달한 디저트가 당길 때가 있다. 그게 하필이면 오늘이고, 하필이면 어제 집 앞 카페에서 두툼한 허니브레드를 판매하는 걸 봐버렸다. 애석하게도 허니브레드는 포장이 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카페에서 먹어야만 했다. 우울하기까지 한 오늘, 반드시 카페에서 달달한 걸 먹고 기분이 좋아져야겠다! 다시 머릿속으로 주문을 걸어본다. '일단 나가자, 나가면 성공이다.'


카페까지는 도보로 15분, 완전히 집 앞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버스 타기는 애매한 거리이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다. 눈이 하나 둘 겹쳐갈 때마다 심장의 고동은 그들의 시선이 되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눈을 질끈 감았다. 무언가 부딪힐 것만 같은 암흑의 두려움은 사람의 시선보다 더 무서웠는지 다시 눈을 번쩍 떴다. 괜히 어색해지는 걸음걸이를 신경 쓰며 사시가 된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괜찮다, 나는 깊이 심호흡을 내뱉고 다시 걸었다. 다행히도 세 번째 긴 호흡을 내뱉으려 할 때 카페에 도착했다.


이런, 메뉴를 주문하는 건 괜찮았지만 자리에 앉았더니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식은땀이 흐르고 눈이 핑 돌았다. 모두가 나만 바라보고 있을 것 같은 기분. 사람들은 사방에 달린 CCTV로 내 손동작, 발끝의 까딱거림, 버벅거리는 눈빛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냐, 분명 착각이야.' 만의 허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초조했다. 심장의 고동은 매장을 가득 매운 음악보다 크게 들려왔다. '뭘 하지 않아도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구나.'



서둘러 종이를 피고 글을 썼다. 힘들 때면 종종 하는 습관이었다. 흰 종이에 지금 느끼는 심정을 쓰다 보면 조금은 나아지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통하지 않았다. 너무 큰 미션이었던 걸까. 아냐, 나는 고개를 젓고 눈앞에 놓인 디저트를 썰어 입에 넣었다. 달고 맛있었다. 좋아하는 오레오 셰이크도 시원하니 기분 좋았다. 그래, 조금만 더 버텨보자.


그렇게 40분을 카페에서 보냈다. 쟁반을 돌려놓는 순간에도,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까지도 심장은 계속 요동 쳤으나 나는 또 해낸 것이었다. 우울했던 기분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뜨거운 웃음만이 남아 있었다. 달달한 걸 먹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해냈기에, 나만이 아는 나의 노력에 나는 감격한 것이었다. 힘들걸 알면서도, 고통스러울 걸 알면서도 기어코 나간, 기어코 도전한 내가 참 멋있다. 난 피하지 않았구나, 결국 이렇게 거머쥐었구나. 박수를 치며 하루를 마무리해 본다.


*오늘의 도전 : 카페에서 디저트 먹기 [성공]

매거진의 이전글 대인기피증이 있지만 산책은 하고 싶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