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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 Jan 01. 2020

유월 커피

우리동네 새로운 카페를 소개하는 프로젝트 우리동네 오픈하지



< #우리동네오픈하지 >

 (1/1 open)

adress. 부산 부산진구 서전로58번길 86 유월커피 (@june_yourcoffee )


menu.  바닐라빈 쉬폰케이크 (7.5), 시즌 쉬폰케이크 (8.0), 베리 크로와상(7.5), 치즈케이크(6.8), 유월커피(6.0), 더티초콜릿 에스프레소 (6.0)

 info. 11:00 - 22:00 (일요일 휴무)




유월커피의 사장님과 카운터

“6월이 가진 계절감과 your(당신) 중의적인 의미가 있어요.”

유월이 가진 계절이라는 모호한 말을 던지신 사장님의 입가에는 숨길 수 없는 행복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실토하신 한마디 “결혼기념일이 6월이에요.”

내가 머물다 온 유월커피는 두 사장님 부부의 온화한 첫인상만큼이나 따스한 기운이 군데군데 녹아있는 ‘따뜻함’이라는 단어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그런 카페였다.

외관 너무 예쁘다.”

전포역 근처로 카페들이 줄을 지어 이어진 거리. 그 초입에 유월커피는 자리를 잡았다. 리뉴얼 전의 유월커피가 2년 전 처음 생길 때만 해도 이 거리에는 카페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랬던 공간이 손님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더 큰 곳으로 이전할 수 있게 되셨다고. 이 층으로 구성된 새로운 유월커피는 외관부터가 지나가는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했다. 앞이 주차장이라 외관 사진을 제대로 담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울 정도.

도자기, 나무, 한지를 적절하게 사용한 인테리어
한국적인 미가 느껴지는 자리


한국적인 요소가 이곳과 예전 공간의 공통점이라  부분을  살리려고 했어요.”

군데군데를 봐도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쓰신 모습이 느껴졌다. 도자기와 한지, 돌과 나무 그런 소재들의 질감을 강조한 이 카페는 자리마다 다른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세련된 미가 살아있으면서도 너무 거기에 치우치지 않아 힙한 공간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공식을 따라가지 않았다.

 사람이 오든  사람이 오든 편안하게 있다가 가셨으면 좋겠어요.”

유월커피에는 2인석 테이블이 많지 않다. 4인석 테이블을 최대한 늘려 공간을 넓게 즐기다 가셨으면 한다는 사장님의 바람. 깔끔하게 만들어진 화장실도 그렇고 가게의 군데군데 붙어있는, 편의성을 위한 안내문에서도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을 배려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연유로 공사 기간도 제법 오래 걸리셨다고 한다.

Yes Kids Room 이라니!


 키즈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았어요.”

2층의 큰 공간에 예스 키즈 룸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그렇다고 다른 구역이 노 키즈 존인 것은 아니다. 다만 예스 키즈 룸은 조금 더 아이들에게 눈높이를 맞춘 공간. 소파에 등받이를 설치하지 않아 아이들이 누워 논다거나 잘 수도 있게 신경을 쓰셨단다. 아이들에게 안돼 안돼 하는 느낌이라 노 키즈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으셨다는 사장님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루아르의 원두를 사용하는 커피는 사장님이 가장 공을 들이시는 부분이다.


디저트가  하나씩 특색이 있네요.”

물론 사장님이 가장 신경 쓰신 부분은 커피였다. 일단 커피가 맛있어야 한다. 카페의 기본은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하셨다. 나는 아무래도 디저트에 눈이 갈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쉬폰 케이크는 가운데 크림이 들어가고 폭신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가졌다. 처음부터 확 올라오는 진한 바닐라 향이 퍽 매력적이다. 크림의 부드러운 달콤함은 물리지 않는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케이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디저트. 계절 메뉴로 딸기 쉬폰을 하시는 것도 다양성을 늘리신 부분이다.

때마침 딸기 시즌이라 딸기 디저트가 많았다.


리코타 치즈가 들어간 크로와상은 먹음직한 비주얼도 좋았지만, 생각보다 독특한 맛이 매력적이었다. 리코타 치즈가 크림보다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느끼함과 단맛이 적어 이 역시도 먹기에 참 편했다. 달콤함은 같이 들어간 베리 콤포트가 담당하고, 딸기까지 올라가 산뜻한 맛도 더해진다. 치즈케이크 역시도 조금은 독특했는데, 위에 하얗게 올라간 사워크림 부분이 새콤한 맛을 내어 포인트가 되어주었다. 부드러우면서도 꾸덕한 질감을 가진 딱 괜찮은 치즈케이크인데 저 부분이 더해지니 새로운 맛이 된다. 디저트에서도 편안함을 놓치지 않고 거기에 특색을 입혀내었다.

사장님의 자기애가 재미나게 녹아들은 공간


저의 키워드는 1번이 따뜻함, 2번이 편안함입니다.”

유월커피는 따뜻하고 편안했다. 내가 요즘 다니는 카페들은 미니멀리즘과 힙함을 내세우는 곳이 많았는데 정반대였다. 하지만 그게 촌스럽게 다가오지 않는 공간이었다. 분명 카페의 수요는 인스타를 주로 하는 젊은 층뿐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모르는 그 사람들까지 다 포용할 수 있는 카페라면 외려 더 바랄 게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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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하성

Openhazi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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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하지 기획의 에디터로 참여하면서 인스타그램에 적은 글을 브런치에도 옮겨 보았습니다.

<우리동네 오픈하지>는 새로 오픈하는 카페들을 소개하는 일종의 전달 창구 같은 프로젝트인데요.

인스타그램 @_ha.zi 님의 기획으로 저는 거기에 에디터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가 들른 유월커피의 이미지는 요즘 유행하는 소위 인스타그램 스타일의 공간에 편안함을 더한 그런 이미지였어요.

인테리어만 보고 묵직하고 힙한 공간이려나 싶었는데 사장님 부부와 이야기를 할수록 따뜻한 정 같은 것이 계속 느껴졌습니다.

두 분께서도 아이가 있다 보니 더 그쪽에 신경을 쓰신 게 역시 가장 잘 느껴졌어요. 부모가 된 심정이 이런 거겠지 싶기도 했구요.


사장님 인터뷰를 할 때 아내 분께서는 “제가 있으면 투닥거릴 거 같아서 빠졌어요.”라고 하셨지만 왠지 같이 계셨으면 더 재미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었네요. 커피는 사장님이, 디저트는 아내분께서 만드시는 카페입니다. 그래서 제가 디저트를 먹고 나니 신중하게 피드백을 요청하셨었는데, 저는 괜찮게 먹어서 딱히 해드릴 게 없어 죄송했었어요. (그나마 플레이팅에 관한 몇 가지 정도?)  제가 어지간하면 다 잘 먹기도 하고, 또 모나지 않게 잘 만드셔서 하하...


소소하게 컵에 사장님 얼굴을 그려 넣으셨는데, 저게 은근 컵마다 모양이 다 다르다고 합니다. 손님분께서 발견하고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장님의 얼굴이 어찌나 즐거워 보이던지 보는 내내 흐뭇했었네요. 자기애가 별로 없다던 사장님은 말씀과 다르게 여기저기 자기애가 묻어나시더라구요. (커피에 대한 자부심도 그렇구요.)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많은 카페를 가게 되었고, 특히 젊은 분들이 차리는 카페가 많은 요즘인데요. 노 키즈를 표방하고, 팝아트적인  이미지나 미니멀리즘을 극대화해 보기에는 감각적이지만  머무르기에는 다소 불편한 그런 공간이 특히 늘었죠. 덕분에 그러한 문화에 익숙한 20대 분들이 즐기기에는 좋지만 다른 연령대의 분들 혹은 가족 규모의 구성원들이 즐기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느낌이기도 한데요. 아마 유월커피는 20대 분들부터 어르신 분들까지 모든 분들이 오시기에 참 좋은 공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프랜차이즈 카페를 연상시키는 수많은 편의요소들은 제가 느끼기에도 참 괜찮구나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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