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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 Jan 12. 2020

잔물결, 제주도 여행을 다녀와서

1월 13일에 가오픈하는 카페입니다.

제주 제주시 한림읍 금능길 58-1 #잔물결 (@little_waves.jej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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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제 치즈케이크 (6.0), 얼그레이 파운드케이크 (5.0), 드립 커피(가격 상이)

 12:00 - 17:00 인스타그램 참조

“날씨가 별로네 오늘...”

제주도로 출발하기 전에 확인한 날씨 어플은 얄궂게도 내가 머무는 사흘 동안 딱 비가 온다고 적혀있었다. 그래서 첫 제주임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채 비행기에 올랐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 설렘이라는 감정에 조금 무뎌진 탓도 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공항에 도착해 차를 빌리고, 간단한 점심을 먹고 카페로 향했다. 도착하니 사모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정말 여행 온 기분이 이때 들기 시작했다. 먼 동네 기는 먼 동네구나. 주차장은 카페의 뒤편에 있어 안내를 따라 입구로 걸었다.

외관부터 제주도스러운 잔물결


“와... 여기 뭐야... 말이 되나?”

제주가 처음인 나에게, 제주도 카페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라고 해보자. 아마도 돌담을 먼저 떠올리고 그 입구를 따라 쭉 이어진 길과 하얗게 자리 잡은 예스러우면서도 포근한, 그런 집을 개조한 공간을 먼저 떠올릴 텐데, 딱 이곳이 그 이미지와 겹쳐지기 시작했다. 상상 속의 공간을 눈으로 본 그런 느낌. 이제 슬슬 날씨를 신경 쓰지 않기 시작했다.

“가장 제주다운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사장님 부부 두 분께서는 오그 커피라는 카페를 이미 운영하고 계신다. 그곳 역시도 제주도에서는 잘 알려진 멋진 공간 중 하나. 실제로 내가 묵은 숙소와 가까워 잠시 들렀을 때, 사진 이상으로 더 멋지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두 분께서는 오그 커피를 만들 때 제주답지 않은 느낌을 내려고 하셨다고 한다. 제주에 오래 사시다 보니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으셨을 터이다. 그리고 잔물결은 그 정반대였다. 이번에는 가장 제주다운 공간을 만들고 싶으셨단다. 사람은 원래 정반합으로 살아가게 마련이지. 잔물결의 이 집 역시도 사장님 두 분께서 오래전부터 지켜보던 곳이었다고.

어디를 봐도 전부 포토존이다.


일부러 딱딱 맞아떨어지는 칼각의 인테리어를 하지 않고, 어쩌면 투박할 수 있지만 우리네 시골 옛집의 정취를 최대한 잃지 않으려 하신 모습이 엿보인다. 두 채로 이루어진 카페와 아직 미 개봉한 한 채의 전시공간이 있다. 카페로 사용하는 두 공간은 느낌이 퍽 다른데 공간 곳곳이 포토존처럼 아름다워 사진을 얼마나 담았는지 모르겠다. 어디서 찍어도 그림이다. 내 얼굴만 빼고...

잘 알려진 공간 디자인 팀인 ‘탠 크리에이티브’ 특유의 편안한 감성과 어우러져 그 느낌은 더욱 빛을 발한다. 주변의 친구분들이나 지인 분들이 편하게 쉬러 올 수 있는 카페가 되셨으면 한다는 사모님의 말씀에 딱 어울리는 그런 공간. 아늑하다, 정말로.

술과 커피 둘다 그 수준이 높다.


“원래는 바텐더를 했었어요.”

남편이신 사장님께서는 원래 술을 다루셨었다. 이 전 가게에서는 가게의 컨셉과 맞지 않아 팔 수 없었는데, 이번 공간에서는 위스키류의 술도 들여놓으셨다. 커피는 서울의 잘 알려진 ‘이미 커피로스터스’의 원두를 사용하신다. 술과 커피 모두 양질이라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 맛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쓰신 모습. 허투루 하신 게 없다.

디저트는 심플하지만 가볍지 않았다.


“치즈케이크 완전 맛있어요.”

사장님이 만드시는 치즈케이크는 맛이 좋았다. 레몬의 상큼한 맛을 가진 부드럽고 꾸덕한 치즈케이크. 그러면서도 너무 시지 않아 딱 포인트가 있는 정도의 레몬 맛이 매력적이었다. 크기도 넉넉하게 큼직한 알찬 녀석. 과하지 않은 디저트를 하려고 하셨다는데, 딱 그 컨셉과 맞아떨어졌다.

얼그레이 파운드는 내가 선호하는 포슬 하면서도 수분감을 잃지 않은 식감.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얼그레이 특유의 향긋한 향과 많이 달지 않은 맛이 특징이다. 윗부분에 살짝 아이싱을 입혀 달콤함을 더해 심심하지 않게 하셨다. 역시 커피와 먹기에 그만이다.

가게의 이름과도 잘 어울리는 그림같은 공간


“잔 위의 물결 혹은 잔잔한 금능 바다의 물결, 그런 뜻이에요.”

가게 이름의 연유마저 차분하다. 사모님께서는 머무는 내내, 새로 오픈하는 이 공간에 대한 설렘을 가지고 계신 게 눈에 보였다. 그러한 두근거림을 잔잔하게 품고 있던 잔물결. 나 또한 이곳을 들르고, 제주에 대한 설렘과 두근거림이 살아났다. 내게 제주의 첫 카페가 이곳이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 들르는 다른 손님분들도 잔물결처럼 차분한 설렘을 이 공간에서 느끼실 수 있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잔물결



https://instagram.com/little_waves.jeju?igshid=12cepaklmgpbr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제주는 처음인지라, 많은 곳을 가고 싶었고, 많은 것을 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많은 것을 먹고 싶기도 했고요.)


그러나 날씨가 좋지 않다는 소식에 많은 부분을 내려놓았고, 그러면서 큰 기대도 하지 않게 되었는데요.

막상 여행을 시작하니 날씨가 여행의 일부분이 될 수 있을지언정, 전부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처음 들른 카페인 이곳 잔물결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많은 영감을 떠오르게 해 준 게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로 같이 들렀던 이도, 제주에 와서 제가 유독 말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시작이 좋아서 끝까지 좋았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잔물결은 서울에서 살다 제주도로 내려가 정착하신 사장님과 역시 서울에 사시다 사장님과 결혼하게 되시면서 제주에서 살 게 된 사모님 두 분이 운영하는 카페입니다.

두 분께서는 적었다시피 이미 오그 커피라는 카페를 운영 중이셨는데요. 디저트가 중심이 되고, 소녀소녀 한 감성의 하얀 공간, 또한 창밖을 통해 보이는, 돌담이 인상적인 제주 마을의 뷰가 아름다운 카페였습니다. 잠시 들러본 제 느낌에 오그 커피가 서울 카페의 인테리어와 창밖의 제주 풍경을 아름답게 믹스한 공간이었다면, 잔물결은 그야말로 제주에서만 가능한 인테리어와 제주에서만 가능한 풍경을 가진 공간이었습니다. 각자 가진 매력이 달라 두 곳다 들러보는 것 또한 즐거운 투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3박 4일이었지만, 많은 곳을 들르기보다 한 곳에서 오래 머물고 또 일정을 정해놓지 않은 채로 느슨하게 다녀온 여행이었습니다.

가다가 급하게 생각나 길을 돌려 가기도 하고, 이름 없는 해안가를 걷기도 했습니다.

현지의 맛집에서 먹는다기보다 마트에서 장을 봐서 숙소에서 먹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여행 에세이” 같은 거창한 무언가를 적기에는 양이 한참 부족한 느낌이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카페를 소개하면서라도 여행에 대한 기록을 조금 남기고 싶었습니다.


저라는 사람이 여행에 대한 글을 적는다면 어떤 글이 나올지 저도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무척이나 여행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제가 어쩌면 조금 편협된 시각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새로운 지역이 새로운 생각을 들게 해주기도 하는군요.

단순히, 감성적인 생각뿐만이 아니라 제가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여행 한 번으로 급격하게 무언가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돌아오니 비참한 현실이 더욱 생생하게 드러났습니다만,

단지 모든 일이 그렇듯, 시작의 계기를 얻는다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요.


언젠가 저도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내려놓고, 가벼운 카메라 하나만 들고 떠나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이번 여행의 제 카메라는 너무 무거웠고, 렌즈도 더 가져가는 바람에 짐이 많았습니다 하하.

어쩌면 다 내려놓지 못한 마음이 거기에 고스란히 녹아있던 건 아니었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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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ds_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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