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은 해
어렸을 때
팔자를 볶는다는 말을
엄마한테 늘 들었다.
뭐든 내 맘에로 안되면 홀딱 뒤집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다시 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래서 난 학교 다닐 때 그룹 프로젝트가 세상 제일 싫었다.
하루는 그룹 프로젝트가 얼마나 싫은지
같은 그룹 멤버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고생을 하면서
처음부터 다 다시 했는지를 막 쏟아 놓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아빠가 그랬다.
“넌 큰 일은 못하겠다.”
“왜!?”
“큰 일은 사람 부려서 하는 거야.
네가 하나부터 백까지 다 할 줄 알아서 하는 게 아니라.
그 네가 멍청하다고 한 애가
어쩌면 큰 일 할 애네.
아무것도 안 하고 점수 잘 받을 테니.”
논리에서 깨진 그날 나는,
나는 좋아하지만
아빠가 싫어하는
말대꾸를 할 수 없었다.
내가
부부싸움을 그렇게 징그럽게 해서
내 무의식 정중간 뭘 해도 없어지지 않는 불안을 심어준
우리 엄마 아빠를 그렇게 탓을 하면서도
우리 엄빠를 존경은 하는 이유가
저렇게 틈틈이
빼박 못하는 진리를
나에게 가르쳐 줬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