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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란 Jul 18. 2023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

차이나는무비 플러스


가자 가자! 길 따라 영화 따라 <차이나는 무비 플러스: on the Road>!



오늘의 영화는 2022년 화제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입니다. 미국에 건너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는 중국계 이민 가족의 갈등과 치유를 다루는, 멀티버스를 소재로 한 액션 코미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미국 최대 영화상 제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7개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고, 주연을 맡은 양자경은 동양인 최초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간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국내 누적 관객수는 36만명 정도로 집계되는 이 작품은, 많은 이들에게 '인생영화'라고 칭송받으며 입소문을 타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삶의 모습들을 나름의 B급 감성으로 잘 풀어낸 작품으로, 액션, 판타지, SF 등 다양한 장르의 혼합, 독특한 시각적 효과, 화려한 액션 장면, 그리고 재미와 감동을 담은 메시지로 평론가와 관객들의 호응을 동시에 이끌어냈습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무수히 많은 다른 가능성의 세계를 보여주는 멀티버스 세계관, 즉 자신이 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세계가 아닌 평행선상의 다른 세계에는 또 다른 내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평행우주 세계관을 활용합니다. 극 중에서는 기이한 돌발행동을 하면 우주에 균열이 생기고 다른 우주로의 버스 점프가 가능합니다. 수 많은 세계 속 또 다른 자신을 찾아 버스 점프를 통해 이동하는 주인공들을 따라가며 감독의 메시지를 읽는 영화이기에 여타 멀티버스 영화보다는 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중화권에서 각기 다른 제목으로 개봉된 바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짧은 순간, 모든 우주’라는 뜻의 <순식전우주,瞬息全宇宙>로, 홍콩에서는 ‘괴상한 여자협객이 놀면서 우주를 구한다’는 뜻의 <기이여협완구우주, 奇异女侠玩救宇宙>로 개봉했습니다.









대만_출처: Fête Chinoise


 대만에서는 ‘엄마의 멀티버스’라는 의미의 <마적다중우주, 妈的多重宇宙>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습니다. 특히 대만 영화 제목에서 '마적'은 비속어를 연상시키는 중의적인 표현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1부는 '차이나는 해시태그' 코너입니다. 패널 각자가 선정한 하나의 키워드를 통해 영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영화의 줄거리를 복기해보는 시간입니다.



#베이글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아 잠도 많은 '꿈꾸미'가 선택한 해시태그는 '베이글'입니다. 원은 선과 면을 가장 심플한 방식으로 그리는 방법으로, 세상의 기원과도 같습니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베이글은 독특하게도 回(돌아올 회)와 닮아 있습니다. 베이글은 인생은 돌고 돈다는 멀티버스적인 사상을 잘 담고 있기도 합니다. 돌고 도는 이 '돎'의 철학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라는 제목에도 담겨있습니다. 


#미나리

자막달린 중국영화는 필요없는 '자영업'이 선택한 해시태그는 '미나리'입니다. <미나리>(2020)는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삶을 다룬 작품으로, 윤여정 배우가 이 작품을 통해 2021년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미국으로 이민간 가족의 삶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와 닮아 해시태그로 선정해보았습니다.


#돌멩이

책을 사랑하는 '책사'가 선택한 해시태그는 '돌멩이'입니다. 버스 점프를 하던 에블린(양자경 분)과 조이(스테파니 수 분)는 아무것도 없는 절벽 위에 가만히 놓여있는 돌멩이로 변신합니다. 돌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에블린은 '여기에는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딸을 향해 다가가고,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조이(스테파니 수 분)를 향해 망설임없이 함께 굴러 떨어집니다. 책사는 딸 조이를 향한 에블린(양자경 분)의 초월적인 사랑이 드러나는 이 장면이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라면 더욱 공감할 수 있었을 장면이라고 덧붙입니다.


2부는 '차이나는 한 장면'과 '차이나는 대사'를 담은 코너입니다. 영화 속 기억에 남는 대사나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가지고 이야기 나눕니다.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아 잠도 많은 '꿈꾸미'는 차이나는 한 장면으로 화면 정중앙에 놓인 베이글 형태의 블랙홀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에블린이 이를 막는 장면을 선택했습니다.

지갑은 텅 비었지만 지식은 충만한 ‘신여성’은 '차이나는 한 장면'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베이글로 빠져들어간 조이(스테파니 수 분)와 에블린(양자경 분)을 웨이먼드(키 호이 콴 분)가 끌어내는 장면을 꼽았습니다. 엄마 에블린(양자경 분)이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애인을 친구로 소개하는 모습에 조이(스테파니 수 분)는 자신의 힘으로 어떤 것이든 바꿀 수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 잡힙니다. 조이(스테파니 수 분)는 절망감에 빠지는데요. 이때 퀴어 정체성은 이민 1세대와 2세대 간 갈등을 표상하기도 합니다. 조이(스테파니 수 분) 입장에서 에블린(양자경 분)이 자신의 애인을 할아버지에게 '친한 친구'로 소개하는 것은 퀴어로서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느껴져, 이민자, 성소수자, 여성으로서의 다중적인 소수자성을 가진 조이(스테파니 수 분)에게는 더욱 상처가 된 것이지요. 이러한 좌절감에 빠진 조이(스테파니 수 분)을 블랙홀로부터 구출한 사람은 다름아닌 웨이먼드(키 호이 콴 분)입니다. 생활력 없고 우유부단한, 일종의 '남성성'이 결여된 캐릭터로 등장하는 웨이먼드(키 호이 콴 분)의 다정함이 극 마지막에서는 조이(스테파니 수 분)과 에블린(양자경 분)을 구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된 것이죠.


그림6 출처: 연합뉴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양자경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소감이 더욱 의미 있게 들립니다.


Thank you, thank you. For all the little boys and girls who look like me watching tonight, this is a beacon of hope and possibilities. This is proof that ... dream big, and dreams do come true. And ladies, don’t let anybody tell you are ever past your prime. Never give up. 


오늘 밤, 이 시상식을 지켜보고 있는 나와 닮은 어린 친구들에게, 나의 수상이 희망과 가능성의 불빛이 되길 바랍니다. 꿈을 크게 가져요. 꿈은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여성 여러분, 당신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을 믿지 마세요. 포기하지 마세요


양자경의 수상소감은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어린 친구들, 여성들, 그리고 나이 든 이들을 향한 양자경의 메시지는 소수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기존의 질서에 균열을 내고 싸워가자고 말합니다.

책을 사랑하는 '책사'가 꼽은 차이나는 명장면은, 영화 도입부에 등장하는 거울에 비친 엄마, 아빠, 아이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입니다. 마치 수미상관처럼 마지막 장면도 처음 장면과 유사하게 연출되어, 희미한 거울 속 세 가족이 평온한 모습이 비춰지는데요. 이 장면에서 느껴지는 가족애가 따뜻하게 느껴져 거울에 비친 가족의 모습을 차이나는 명장면으로 선택했습니다. 



출처: 다음영화

 

자막달린 중국영화는 필요없는 ‘자영업’은 에블린(양자경 분)과 조이(스테파니 수 분)이 돌멩이로 등장한 장면을 선택했습니다. '내가 다 망쳐서 미안해'라고 말하는 조이(스테파니 수 분)에게 '여기서는 그런 걱정하면 안돼! 규칙따윈 없어, 너한테 갈거야'라며 조이에게 향하는 에블린(양자경 분)은 이내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는 조이를 따라 함께 뛰어내립니다. 절대 움직이면 안 되는 돌의 규칙은 일종의 금기로, 가치관, 부모로서의 선, 사회적 시선을 상징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에블린(양자경 분)은 그러한 금기를 깨는 것이지요. 할아버지에게 에블린(양자경 분)이 조이(스테파니 수 분)의 애인을 여자친구라고 소개하자 뛰쳐나간 조이를 붙잡고 '난 여기 너랑 있고 싶어, 언제까지나 너와 여기있고 싶어'라고 말하는 장면과 겹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3부는 '영화 속 그곳에 가고 싶다' 코너입니다. 시즌 3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킬러 콘텐츠. 영화를 보고 떠오른 역사, 문학, 음악, 철학은 물론, 스토리가 있는 영화 공간을 소개합니다.


출처: 다음영화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아 잠도 많은 '꿈꾸미'는 1993년, 중국계 미국인 감독인 웨인 왕(Wayne Wang)이 연출한 영화 <조이럭 클럽(The Joy luck Club)>(1993) 소개합니다. 작가 에이미 탄(Amy Tan)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1930~1940년대 전쟁을 피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민 온 중국계 미국인 4명의 여성들의 삶을 회고하는 영화입니다. 소수자로서 받을 수 밖에 없던 억압과 차별 속에서 딸들을 키워낸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 미국 이민자들의 삶을 통쾌하게 풀어낸 B급 영화라면, 이미 그보다 30년 전 미국 내 중국계 이민자들의 삶을 그리는 영화가 있었다는 점을 소개하고자 선정했습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중국계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처럼 중국과 대만을 벗어나 살고 있는 이들을 화교 또는 화인이라고 부르는데요. 화교와 화인은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화교는 중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해외에서 체류하는 이들을 의미하고, 화인은 혈통만 중국계이고 현지의 국적을 가진 사람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재외동포와 재외국민을 구분하듯이 화교와 화인을 구분합니다. 극 중 주인공들인 양자경과 키오키 콴 모두 해외 국적을 가진 화인입니다.


양자경은 말레이시아 국적을 가지고 있는데요,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곳곳에 화교들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 화교들의 특징은 막강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인데요. 역사를 알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쉽습니다. 한국계 이민자들의 이주가 조선 말기 이후로 특정되는 것과 달리, 화교/화인의 이주 역사는 15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해외 무역으로 중국경제가 전성기를 누리던 당나가 시절, 해외 무역을 하던 많은 중국인들이 동남아시아로 이동합니다. 그들이 바로 오늘날 동남아시아 화교들의 선조입니다.

막강한 경제력을 자랑하느나 화교들이 유독 영향력을 가지지 못한 곳이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화교들은 해외에 거주하면서 차이나타운을 만들곤 하는데, 한국은 정치적 박해로 차이나타운이 없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화교들이 박해받은 역사를 짚어보면, 이승만 정부 시절 보따리 상이던 화교들의 창고를 봉쇄하는 창고봉쇄령이 있었고, 박정희 시기에는 화교자본을 극도로 제한하며 일정 금액 이상 부동산을 보유할 수 없게 하는 법이 있었으며, 분식집의 영업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중국집에서 볶음밥 판매가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에 한국 내 많은 화교들이 빠져나가면서, 국내에서는 화교들이 세력을 확보하기 어려웠지요.


책을 사랑하는 ‘책사’는 마크 매크린들, 애슐리 펠, 샘 버커필드의 저서 <알파의 시대>(2023)을 소개합니다. 조이(스테파니 수 분)와 에블린(양자경 분) 모녀관계는 세대 갈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영화 속 10대로 등장하는 조이를 이해하려면 2010년~2024년 출생한 알파세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요즘 애들'로 통칭되는 MZ세대보다 더욱 어리고,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알파세대'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을 통해 다른 세대에 대한 이해를 높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갑은 텅 비었지만 지식은 충만한 ‘신여성’은 돌멩이 모습을 한 엄마와 딸이 화해하는 장면을 보면서 떠오른 시, 정호승 시인의 <우리가 어느 별에서>를 소개합니다. 가수 안치환 씨가 이 시로 노래를 만들어 발표한 적도 있는데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다양한 가능성의 갈림길에서 이뤄진 선택들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선택의 결과로 만들어진 엄마와 딸, 남편과 아내와 같은 가족간 관계는 결국 우주 속 한 점에 불과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점이 가진 힘이 누군가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거대한 힘이라는 것을 보여주지요. 정호승 시인의 시를 떠올리며, 오늘날 살아있는 동안 어디를 굴러다녀도 이승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다정하고 그들을 지키고 우리 관계를 끈끈하게 하기 위해서 굴러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닷가에 홀로

사랑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차이나는무비 플러스: on the Road>!는 다음에 또 재미있는 영화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가자, 가자! 길 따라 영화 따라 <차이나는무비 플러스: on the Road> 출발~~.


ㅣ팟캐스트ㅣ

더 자세한 내용을 들으시려면 팟캐스트 팟빵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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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무비on the Road : 오디오클립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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