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먹어라 오이
1. 우리 큰딸과 작은딸의 태명입니다.
2. 둘은 닮았는데 서로 못생겼다 합니다.(잘 생각해 봐 얘들아~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
큰딸 추석이는 10개월에 오리다리를 뜯었고, 잘 먹는 덕에 잘 아프지 않았지만 어쩌다 목감기에 걸리면 목 넘김이 힘들 텐데도 남김없이 밥을 잘 먹는 아이다. 그 작은 손으로 갖가지 채소를 겹겹이 쌓아 올려 고기에 쌈장 마무리 한입 쏙~ 야무지게 잘도 먹는다.
양념닭발을 한입에 앙 물고 그 작은 입으로 몇 번 오물오물거리고 나면 닭발 뼈는 발골이 되어서 총알처럼 우다다다 발사된다. 입가심으로 상추한장을 마무리하는 그야말로 기차게 잘 먹는 아이다.
5학년때 까진 그랬다.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는 건 이때까지였다.
6학년부터는 야채만 빼고 다 먹는다. 심지어 라면에 후레이크도 국물의 맛을 위해 넣을 뿐 기술적으로 골라낸다. 좋은 의미의 '건강한'에서 지금은 그냥 건~강한 무게로 자라고 있다.
아! 유일하게 마라탕 속의 숙주, 청경채, 알배기배추는 먹는다. 채소도 있고 얼마나 좋은 음식이냐고 마라탕을 좋아하는 이유를 당당하게 말한다. (아주 당당하게 딱밤을 한대 선물하고 싶다!)
작은딸 한방이는 언니처럼 기가 막힌 스킬로 음식을 대하진 못하나 조금씩 골고루 먹는 아이다. 채소에 대한 거부감도 크지는 않다. 언니가 먹는 모습을 따라도 해봤지만 탈이 난다. 간식으로 라면 2개에 밥 말아먹는 넘사벽언니를 따라 하면 안 된다.
주말에 갈비를 먹고 있었다. 냉면에 고기 말아서 먹는 것이 국룰이라고 하는 큰아이는 후식냉면은 양이 속상해서 안 먹는다. 그냥 냉면을 처음부터 시킨다. 언니 따라 작은아이도 물냉면을 시킨다.
주문한 냉면 위의 오이를 바라보며 두 아이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야. 너 키 몇이야! "
"갑자기?"
"골고루 먹어야 키가 크지. 오이 먹어"
"웃기지 마 언니 먹기 싫어서 나 주는 거잖아~"
아랑곳 안 하고 추석이는 본인그릇에 있는 오이를 한방이 그릇에 옮겨 담는다.
"아~ 왜~ 오이 맛있어 그냥 먹어"
"어차피 난 오이 남길거고 그럼 환경오염이잖아 맛있는 사람이 먹어야지! 지구는 지켜야 할거 아냐~"
본인만의 무논리 쿨하게 외치고 다시 냉면에 집중한다.
덧붙이기]
냉면의 오이, 칼국수의 호박, 사케동의 무순, 라면의 후레이크......
오해하지 마 야채들아~ 추석이가 5학년때까지는 너무하리만큼 많이 먹었으니
잠시 쉬어갈게...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