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표현. 기분을 건드리지 말자!
고요~하고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주말이었다. 큰딸은 자기 방에서 유튜브를 보고 있었고, 신랑은 건조가 다 된 세탁물을 빼와 거실 소파에 앉아 개고 있었다. 나는 주방 정리를 하고 있었으며, 우리 집에서 가장 분주한 작은딸 한방이가 이 방 저 방 다니며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난 정리를 마치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오늘도 역시 화이트보드에 그림이 잔뜩 그려져 있다.
우리 집 거실에는 화이트보드가 있다. 아이들이 화이트보드에 써가며 가르치듯이 공부를 하면 재미있게 공부도 하고 효과도 좋다고 하여 잠시 교육열 높은 엄마 코스프레를 할 때 주문해서 들였었다. 중요한 건 초심과 다르게 현재 화이트보드는 아이들의 낙서게시판이 되었다. 그래~ 뭐라도 해라~ ㅎㅎ
둘째 한방이가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면 그 뒤에 큰아이가 한방이 그림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거나 글자를 변형시키는 장난을 치곤 한다. 그날도 그런 사소한 자매의 난이 있었던 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한방이 자신은 귀엽게! 언니는 극 사실화하여 코에 피지까지 표현이 되었다.
(소름 돋는 건 정말 우리 큰아이를 닮았다.)
그리고 그 옆에 얌전히 빨래를 개고 있는 아빠를 그렸다. 하루 동안 자란 수염과 한없이 눌려진 머리스타일이 딱이다!
뭔가 만화주인공처럼 멋있고 예쁘게 그리진 않았지만 저 정도면 무난한 스케치다. 한방이의 기분을 건드린 사람은 없다는 거다.
아마 오늘 한방이의 심기를 건드린 건 아빠도 엄마도 언니도 아닌 우리 집 반려견 설이 인 것 같다.
굴욕 설이를 그렸다! 설아~ 작은언니 말 좀 잘 듣지 그랬니~
여기서 잠깐!
난 오늘 한방이에게 맛있는 핫케잌도 해주었고, 메이플 시럽을 잔뜩 뿌려도 잔소리를 안 했다. 내가 맘 상하게 한 일은 분명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를 그린 그림은 차마 올릴 수가 없다. 평소 아이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은 정상적인 게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