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ay 11. 2024
내 꿈은 인터뷰 전문기자
독자와 interviewee를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용기가 마구 솟아났다.
'리포액트'라는 인터넷 언론사에서 시민기자로 일한 지 2년 하고도 2개월이 됐다. 기사를 어떻게 쓰는지 배운 적도 공부한 적도 없다. 대학교 학보사 출신이긴 하지만 심부름과 청소만 주로 했지 기사를 쓰는 방법을 배우기도 전에 그만뒀으니 말이다. 현장 취재를 해서 기사를 쓰기도 했지만 인터뷰 기사로 대표기자님께 칭찬을 받은 뒤 어쩌다 보니 주로 인터뷰 기사를 쓰게 됐다. 낯선 사람과 있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 내가 낯선이 들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 요청을 하고 때로는 거절을 당하지만 이마저도 즐거워하는 내 모습을 내가 봐도 신기하다. 아마도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되니 나도 모르게 용기가 마구 솟아나는 모양이다.
나의 첫 interviewee 그녀.
처음 인터뷰를 했던 상대는 여자 가수였다. 학창 시절 그녀의 노래를 좋아했었다. 소속사와의 갈등과 소송, 흉흉한 소문들 그리고 이혼을 겪은 후 그녀는 서서히 잊혀졌다. 우연히 어떤 단체 취재를 가게 됐는데 그녀가 사회자로 나왔다.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독특한 그녀의 행보에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다. 서울 자그마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살이 좀 오른 통통한 얼굴에 아이라이너를 찐하게 그리고 밀리터리 룩을 입은 그녀가 카페로 들어왔다. 나는 그녀를 위해 지하철역 꽃집에서 산 꽃다발을 선물하며 인사를 건넸다. "하나도 안 변하셨네요.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와 나의 공통 관심사를 찾아라.
그녀의 프로필과 이력들을 꼼꼼히 찾아보고 예전 인터뷰 기사들을 읽어 보며 질문지를 작성했다. 그녀는 나와 동갑이었다. 인터뷰 시작 전 동갑이라고 얘기하니 무척 반가워했고 분위기가 한결 편해졌다. 준비한 질문을 하며 그녀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에 공감했다. 나는 낯을 가리지만 어느 정도 편해지면 상대와 급속하게 친해지는 장점이 있다.
그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기사에는 쓰지 말라며 인터뷰 질문과는 상관없는 유명 인사의 험담을 하기도 했고 언론이나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사적인 얘기까지도 했다. 인터뷰 당일은 나와 그녀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그런데 그런 내밀한 얘기까지 하는 것을 보니 그녀가 나를 신뢰하고 편하게 느끼는 것 같아 기분이 꽤 괜찮았다. 내가 준비해 간 질문과는 별개로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놀라운 사실들을 알 수 있어서 내용이 더 풍부해진 성공적인 인터뷰였다.
부족한 실력을 성실함으로...
인터뷰를 하기 전 나는 상대방에게 어떤 질문을 할까 무척 오래 고민한다. 인터뷰는 대략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면 끝나지만 인터뷰를 위한 질문을 뽑는 데는 몇일의 시간도 기꺼이 할애한다. 누구에게나 하는 뻔한 질문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상대방은 인터뷰 경험이 많은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너무 아마추어로 보이는 게 싫어서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질문지를 준비하고 나면 상대방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부끄럽지가 않다. 부족한 실력을 성실함으로 메꾸는 나만의 방식이라고 해도 되겠다.
내 꿈은 인터뷰 전문기자.
대표 기자님께 시간이 지나면서 지적받는 일보다는 칭찬이 조금씩 늘어났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현장 취재보다는 인터뷰를 주로 하게 됐다. 시민기자가 되기 전의 나는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 불편했던 사람이었다면 현재의 나는 인터뷰 상대가 정해지면 상대방과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준비하는 과정이 설레고 즐거워졌다. 처음에는 기사라기보다 정리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인터뷰 기사 비슷하게 흉내 내는 정도는 되었으니 조금 더 실력이 쌓이면 인터뷰를 했던 기사를 모아서 인터뷰 관련 책을 내보고 싶기도 하다. 오늘도 동탄에 가서 정치인 1명을 인터뷰하고 왔다. 토요일 하루를 오롯이 인터뷰를 하느라 다 보냈다. 내일은 일요일이지만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서 기사를 쓰고 다음 주에 잡힌 다른 인터뷰 질문지를 준비하다 보면 하루가 다 지나갈 거다. 하지만 이루고 싶은 꿈이 있기에 즐거운 일요일이 될 것 같다. 꿈이 있어 즐겁고 감사한 주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