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육군 신병 양성의 요람
어제 처제의 아들이 논산훈련소에 입대하였다.
아내와 처제는 워낙 각별한 우애를 보이는 사이라, 아내는 아들일인양 한 걸음에 논산까지 따라갔다. 물론 운전기사로 나를 동원하긴 했지만... 두 시간 반여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논산훈련소는 생각보다 깔끔하게 정돈된 부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많이 놀란 것이 사실이다. 나는 1990년 1월에 입대를 하였는데, 논산훈련소를 거치지 않고, 의정부에 있던 306 보충대를 통해 입대하였기 때문에 논산훈련소는 사실 처음 가 본 셈이었다.
네이버와 나무위키 등을 통해 자료를 검색해 보니, 육군의 경우, 과거 102 보충대(강원도 춘천), 306 보충대(경기도 의정부), 그리고 논산훈련소 3곳의 입영부대가 존재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102 보충대와 306 보충대는 폐지되어 논산훈련소가 유일한 육군 신병 교육의 요람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논산훈련소의 경우 정식 명칭은 '육군훈련소'이며, 민간에서 논산에 위치하였다 하여 논산훈련소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아들을 배 불리 먹여 보내고픈 부모의 마음 : 불고기
입소시간이 오후 두 시까지라 보통 조금 일찍 도착해서 근처에서 점심을 먹는다. 우리도 미리 알아 놓았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훈련소 주변 식당은 약속이나 한 듯이 대부분 불고기를 파는 식당이 많았다. 우리가 식사를 한 곳도 불고기집이었다. 옛날 먹는 게 그리 넉넉하지 않던 시절부터 군에 보내는 아들을 마지막으로 고기라도 먹여 보내고픈 부모님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갔다. 지금이야 고기 먹는 게 흔하디 흔한 일상이지만, 옛날이야 그랬나? 큰맘 먹고 한 번 먹는 것이 고기였고, 종류도 그나마 불고기가 전부였던 것이다.
이 날이 긴 설연휴 후 첫 입소날이라 1천여 명 정도가 입소를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식당 안은 빈 좌석이 없이 문전성시였다. 재미있는 것은 모든 테이블에 머리를 빡빡 민 청년들이 한 두 명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었고,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도 먼 곳까지 오셔서 손자 입대를 아쉬워하시고 계신 모습도 많이 보였다. 주로 어머니들은 별말씀 없이 아들의 밥그릇에 고기 한 점 얹어 주기가 바쁜 모습이었고, 아버지들은 다소 굳은 얼굴로 이를 묵묵히 바라보고만 계신 듯했다. '다들 마음이 무겁고, 복잡하실 거야...'
세월의 흐름을 직감하게 해 준 육군훈련소
부대 안 정해진 주차공간에 차를 세우고, 처제 내외와 우리 부부, 그리고 조카는 행사가 있는 연병장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 잠깐의 걷는 시간 동안 세월의 흐름을 바로 느낄 수가 있었던 것 같다. 군부대 안에 '파리바게뜨'가 입점해 있었다. 아마도, 일과 중 여가시간이나, 휴무일에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요즘 신세대 장병의 취향을 고려한 입점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군장병들이 이용하는 매점인 PX 또한, 갖추고 있는 물건들이 웬만한 마트 수준이어서 깜짝 놀랐다. 신세대 장병들을 위한 피부연고, 선크림도 있었다... 옛날 생각하니 격세지감이었다. 옛날엔 기껏해야 냉동만두, 소시지, 고추장 정도 사는 곳이었는데...
연병장도 인조잔디를 멋지게 깔아 놓아 훌륭하였고, 부대 안 시설들도 모두 깨끗하고 보기 좋게 지어져 있었다. 이 모두가 세월의 흐름이자, 동시에 국가경제 발전의 반증이 아닐까, 새삼 흐뭇함이 입가에 머금어지는 것을 느꼈다.
5주 뒤 이들은 머슴아이에서 진정한 사내로 변하게 된다
두 시부터 약 15분 정도 입소식이 거행되었다. 잠깐의 예행연습을 하고도 본 식에서 크게 흐트러짐 없이 경례나 제식을 소화해 내었다. 신기하다. 집에 있었으면, 한 열 번은 이야기해야 침대에서 일어날 텐데... 정확하게 '현타'가 온 모양들이다.
이 날부터 5주간의 훈련이 이곳 육군훈련소에서 실시가 된다고 한다. 옛날에는 잘 안 씻겨서 훈련소 마칠 때쯤이면 얼굴이 시커멓게 변해서 얼굴 검은 정도로 입소시기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웃픈 현실이 있었는데, 요즘에야 어디 그럴까? 5주간의 규칙적인 생활과 기초 군사훈련을 받게 되면 이 날 모인 머슴아이들은 드디어 멋진 사내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다. 각자의 안타까운 사정이나, 상황들도 물론 있겠지만, 이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 생각되고,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많이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입대와 제대한 기억이 아직 기억에 선한데 벌써 세월이 흘러 아들들이 이렇게 입대를 하는 나이가 되었다. 나는 이곳 육군훈련소에서 세월의 힘과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이러한 우리 아들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우리가 모두 편히 생업과 일상에 종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하루였던 것 같다.
"멋지다, 우리 아들들... 부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전역하고, 집으로 돌아들 오너라...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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